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절차적 문제 있어" (전문) [공식입장]

연휘선 2023. 7. 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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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KBS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을 이룬 것과 관련해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5일 KBS는 입장문을 내고 이날 방송통신위워회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것과 관련해 반박 입장을 밝혔다. 

KBS는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TV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안을 발표한지 불과 한 달 만에 이루어진 결과"라며 "당시 권고안에는 수신료 분리 징수와 함께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함께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을 크게 약화시키는 수신료 분리 징수 조치만이 3인 체제의 방통위에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 과정에 입법예고기간 40일의 1/4에 불과한 10일의 예고만으로 통과시켰다"라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납부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오도해 수많은 국민을 체납자가 될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KBS는 "자구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다"라며 "공영방송 KBS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전체 회의를 열어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 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TV 수상기를 가진 국민이 월 2500원을 납부해 KBS와 EBS의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운용된다. 현재는 한국전력공사가 위탁받아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통합 징수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이 별도로 고지, 징수하도록 돼 있어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 및 금액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은 이에 대한 KBS의 공식입장 전문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령안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에 대한 KBS 입장

오늘 방송법 시행령 개정령안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이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6월 5일 대통령실이 TV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안을 발표한지 불과 한 달 만에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당시 권고안에는 수신료 분리 징수와 함께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함께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을 크게 약화시키는 수신료 분리 징수 조치만이 3인 체제의 방통위에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습니다. 

❍ 시행령 개정 과정에는 절차적 문제가 많았습니다

대통령실 권고안의 근거가 된 온라인 투표 결과의 정당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령안을 행정절차법상 일반적인 입법예고기간 40일의 1/4에 불과한 10일의 예고만으로 통과시켰습니다. 행정입법에 필요한 사전영향평가나 규제심사, 법제처장 협의 등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알려진 바도 없습니다. 당사자인 KBS의 의견진술 요청은 이유 없이 거부됐고, 징수비용 급증과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한전의 의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30년간 적은 비용으로도 가장 효율적으로 대한민국 공영방송을 지탱해 온 재원 조달 체계를,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나 대안 마련도 없이 이처럼 극도로 긴박하게 폐기해야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 개정 시행령은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오도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 추진 목적이 ‘국민 불편 해소’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불편을 어떻게 해소한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수신료를 내고 싶지 않은 국민들은 안 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국민 불편 해소’입니까?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납부 의무는 여전하며, 특별부담금인 수신료에 대해 납부 선택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납부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오도하여 수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체납자가 될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정부가 바라는 ‘국민 불편 해소’입니까? 여전히 납부 의무가 있는 수신료를 직접 수납하러 온 징수요원과, 이를 안 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부딪치고 갈등하는 살풍경이 진정으로 정부가 그리는 ‘국민 불편 해소’의 청사진입니까? 결코 그럴 리 없다고 믿습니다. 

❍ KBS는 자구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에까지 이른 배경에는 KBS를 향한 국민 여러분의 지적과 비판이 있었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으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떤 것은 저희의 노력과 능력이 부족했고, 또 어떤 것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 KBS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수긍하실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습니다. 특히 공정성과 경영효율화에 대한 문제 지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만일 저희가 마련한 대책이 미흡하시다면, 거듭 보완하고 추가해서 국민 여러분께서 이만하면 됐다고 하실 때까지 각고의 자구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정부가 뜻하는 ‘국민 불편 해소’의 진정한 의미 역시, KBS의 존립 자체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이같은 KBS의 오랜 숙제를 해결하라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 근본적인 논의를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KBS는 국가기간방송이자 오랜 시간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공적 제도입니다. 완벽한 제도란 있을 수 없기에 KBS 역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더욱 성숙하고 진일보한 제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대표적 예가 다름 아닌 1994년에 이루어진 수신료 통합 징수 제도였습니다. 과도한 징수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징수 체계를 효율화한 결과, 안정적인 재원 구조에 힘입어 KBS 1TV의 광고를 폐지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 방송 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연구개발 투자를 늘렸으며, 다양한 고품질 콘텐츠를 생산해 오늘날 한류의 초석을 다지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공영방송 KBS라는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그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과실은 국민 모두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부 당국에 호소합니다. 아직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된 국민 의견들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 지역사회 등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우려 의견들을 차분히 경청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공영방송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단기적 극약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주십시오. 지금과 같이 일방향의 긴박한 진행은 잠시 멈추고,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을 정부 당국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 

2023년 7월 5일

KBS

/ monamie@osen.co.kr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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