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플랫폼 규제법 수입하는 공정위...우려 목소리↑

안희정 기자 2023. 7. 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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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DMA 규제 대상될 가능성..."글로벌 K기업까지 발목 잡을 수도"

(지디넷코리아=안희정 기자)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DMA)의 규제 대상인 '게이트키퍼'에 삼성전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에서 비슷한 규제를 준비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정책이 발표되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해외 규제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도 DMA에 포함되나

4일(현지시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홈페이지에 게이트키퍼 후보 기업을 공개했다. DMA 3조에 나와 있는 게이트키퍼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은 지난 3일 자정까지 이를 위원회에 알려야 했다.

DMA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4천500만 이상이고, 시가총액이 750억 유로(약 106조3천억원) 이상인 기업을 게이트키퍼의 기준으로 한다.

위원회는 마감일까지 알파벳과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틱톡),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로부터 보고받았다고 알렸다. 앞으로 위원회는 이 회사들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평가한 후, 게이트키퍼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늦어도 2024년 3월 6일까지 DMA의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일본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며 "삼성전자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도 EU 게이트키퍼 기준을 충족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게이트키퍼로 분류된 기업이 자사 서비스 우대나 사전에 설치된 앱을 삭제하지 못하게 하는 등 독과점 지위 남용 행위를 하면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과징금은 글로벌 매출액의 최대 10%다.

(사진=EU집행위원회 )

공정위 DMA만 바라보는데…복잡해진 셈법

EU의 DMA는 해외 빅테크들의 독점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EU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권역 내 눈에 띠는 플랫폼들이 없기 때문에 해외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DMA는 거대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한 뒤 강력한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사전 규제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DMA와 유사한 성격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초 '플랫폼 독과점 규율개선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플랫폼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을 별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TF에서는 DMA와 비슷한 규제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규제 성격을 띠기 때문에 DMA와 유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만간 공정위는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정위는 EU 전자통신규제기구(BEREC) 대표단과 플랫폼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만약 DMA에 삼성전자까지 포함된다면, 공정위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다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까지 저하시킬 수 있어서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지난 3일 진행된 '디지털 시대 플랫폼과 소비자' 관련 특별 세미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학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합리적 소비자상을 기반으로 법체계가 마련돼 있고 약관에 청약철회권 등이 잘 보장돼 있어, 합리적 소비자가 아닌 취약한 소비자를 평균적 소비자로 보는 EU의 방식을 전면 도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소비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지, 자국 플랫폼이 시장에서 갖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플랫폼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욱 경상국립대 법학과 교수는 “DMA 관점에서는 투명성 의무를 위한 정보의 제공이 소비자에게 큰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며 “헤게모니를 상실한 경우 강력한 규제를 제안할 수 있으나, 우리처럼 헤게모니가 구축되지 않은 경우에는 자율규제 필요성이 주장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내 플랫폼 업계도 우려하긴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EU가 만든 DMA와 똑같은 국내 법에도 삼성전자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DMA가 국내에 적용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들이 예전만큼의 점유율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규제만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안희정 기자(hja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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