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국 지원 없던 일로? "영국, 19조 지원 약속 철회 검토"
전 환경장관 "英명성 깎아내릴 것"…외무부 "약속 이행할 것" 반박
아프리카 가봉 환경장관 "산업혁명 발상지 英, 가장 큰 노력해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영국 정부가 기후 위기로 피해를 보는 저개발국을 위해 2026년까지 116억 파운드(한화 약 19조원)를 원조하기로 한 약속을 폐기할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리시 수낵 총리가 집권한 이래 기후 변화에 대한 영국 정부의 무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체 확보한 정부 브리핑 문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무부에 제공된 이 문서에는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영국이 해외에 원조하기로 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이유가 담겨 있다.
문서는 "기후변화 기금을 116억 파운드로 늘리겠다는 약속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 원조 비율이 0.7%에 그쳤을 때 이뤄진 것"이라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도 원조 예산에 포함되는 등 새로운 압박 요인들이 있어 2026년까지 약속 금액을 충족하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고 문서는 우려하고 있다.
만약 116억 파운드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외무부 공적개발원조 예산의 83%를 기후변화 기금으로 내야 한다고 정부 관리들은 추산했다. 이 경우 인도주의 지원이나 여성 지원 기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영국 등 선진국들은 2010년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당시 기후변화에 취약한 빈곤국들에 2020년까지 매년 1천억 달러(약 129조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영국은 2021년 기준 지난 5년간 58억 파운드(약 9조원)를 지출했고, 2021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두 배로 늘어난 116억 파운드를 지출할 계획이었다. 이 중 30억 파운드(약 5조원)는 작년 12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약속한 자연 보호 및 복원을 위해 배정돼 있다.
지난주 수낵 총리의 환경에 대한 '무관심'을 이유로 사임한 잭 골드스미스 전 에너지·기후·환경부 장관은 정부의 해외 원조 약속 철회 움직임이 영국의 국제적 명성을 "깎아내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낮은 지출 수준과 영국 내 아프가니스탄 및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출을 '원조'로 정의하기로 한 결정은 116억 파운드 약속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누구든 다음 정부를 꾸리는 사람은 목표 달성을 위해 인도주의, 교육, 건강 및 기타 자금을 무자비하게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스미스 전 장관은 특히 "우리에게 필요한 작은 섬나라들은 완전히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영연방 25개국이 작은 섬나라이고, 태평양과 카리브해에 대한 우리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지정학적 영향은 매우 클 것이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우리의 명성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금 지원을 받을 국가들도 자금 삭감 가능성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아프리카 가봉의 리 화이트 환경부 장관은 "국토의 88%가 열대 우림인 가봉은 50년 동안 삼림 벌채를 0.1% 미만으로 유지해 왔고 연간 100톤(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순 흡수하고 있다"며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이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소박한 재정적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가디언에 "우리는 2021/2022 회계연도 동안 기후 변화 기금에 14억 파운드 이상을 지출해 개발도상국이 빈곤을 줄이고 기후 변화의 원인과 영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기후 변화 기금 공약이 무산되고 있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반박했다.
대변인은 이어 "총리가 지난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에서 밝혔듯 정부는 기후 변화 기금에 116억 파운드를 지출하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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