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은빛 층 이룬 수만 마리 물고기 사체들…“기후 변화로 질식사”

3일(현지시간) 이라크의 티그리스강 인근의 암샨강 수면에 수만 마리의 물고기 사체가 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라크 남부 지역을 흐르는 강에서 물고기 수만 마리가 폐사했다.

이라크 국영 INA 통신은 4일(현지시간) 최근 남부 마이산주(州) 이란과의 국경 지역을 흐르는 암샨강 둔치에서 죽은 물고기 수만 마리가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강은 고대문명을 꽃피운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인근을 흐르는 강으로 과거 거대한 습지를 이루던 곳이다.

하지만 4년 전부터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급감했고, 지금은 습지가 대부분 사라졌고 강 수위도 낮아졌다. 현지 환경운동가 아흐메드 살레 니마는 "기온이 올라 강물이 많이 증발한 데다 수량이 줄어 강물의 흐름이 저조해지면서 수중에 산소가 부족해 물고기가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3일(현지시간) 암샨강 둔치에 한 거북이가 배를 보인 채 죽어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라크는 이상 고온과 가뭄, 모래폭풍으로 고통받고 있어 유엔이 지정한 5대 기후변화 피해국에 속한다.

마이산주 당국자는 AFP 통신에 "관계 당국이 죽은 물고기와 강물을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며 "강물의 염도가 매우 높아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높은 염도의 물은 수중 생물과 강 주변에 사는 동물을 죽게 만들고, 동물 사체가 부패하면서 강물의 독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2018년 이라크 중부 지역 바빌론에서도 물고기 수천 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있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