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리오프닝 덜고 방산·반도체에 베팅했다
호텔신라·롯데관광개발 지분 1%P 낮춰
방산株 한화시스템·풍산 지분 확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두산테스나·원익머트리얼즈 투자↑
국민연금이 2분기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못미치자 호텔과 카지노·화장품 등 관련 수혜주 지분을 줄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무르익은 방산주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지속돼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을 찾으면서 반도체 관련주 투자도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분기(4월~6월)에만 상장기업 투자 가운데 총 110건의 투자 비중을 조정했다.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 변화는 개별 종목에 대한 판단과 전체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주식을 더 담거나 줄이는 지수 추종 전략에 따른 결과다.
올 초 엔데믹 전환으로 중국 관광객 수요가 늘면서 호텔과 카지노, 화장품 등 관련주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한 데다가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관련 종목의 투자 비중을 줄였다.
2분기 국민연금은 호텔신라(10.67%→9.42%)와 롯데관광개발(032350)(6.07%→5.03%), 강원랜드(7.06%→6.06%) 등의 지분을 1%포인트 이상 낮췄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 기업인 아모레퍼시픽(7.39%→6.35%)과 LG생활건강(8.03%→6.99%)의 지분도 모두 줄였다.
경기 전망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가운데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종목의 투자 비중도 낮췄다. 국민연금은 수입 패션과 화장품 유통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지분을 9.23%에서 7.08%로 2.15%포인트 내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03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69%가량 쪼그라든 상황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최근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방산 및 반도체 관련주 투자를 확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해외 국가들이 앞다퉈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고 국내 방산 기업들이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 2분기 한화시스템(5.99%→7%)과 풍산(8.16%→9.21%)의 지분을 각각 1%포인트 이상 늘렸다.
우크라이나 재건 계획인 '그린 마셜 플랜'에 따라 따라 국내 건설 관련 기업들의 해외 수주 기대감 역시 무르익고 있다. 최대 사업 비용으로 400억 달러(51조 원)가 추산된다. 지난 6월 HD현대건설기계(267270)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만나 관련 사업 논의에 착수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HD현대건설기계(7.06%→8.13%)와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9.39%→10.44%), 현대코퍼레이션(011760)(5%→6.02%) 지분을 각각 1%포인트 이상 확대했다.
국민연금은 반도체 부품 및 소재 관련 기업의 투자도 늘렸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소재 및 부품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한국 기업을 찾아 나서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말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하반기 반도체 업황의 턴 어라운드도 기대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종합 솔루션 기업인 두산테스나(7.30%→8.41%), 삼성전자에 반도체 핵심 부품인 블랭크마스크를 납품하는 에스앤에스텍(5.03%→6.31%)과 반도체 패키징 기업인 해성디에스(195870)(8.23%→10.41%)의 지분을 확대했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원익머트리얼즈(104830)(6.5%→7.6%) 투자도 늘렸다.
국민연금은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인 이수페타시스(007660)(8.92%→9.87%) 지분도 확대했다. 이수페타시스는 미국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 상반기 주가가 지난해 말 5630원에서 6월 30일 2만 8200원을 기록해 400%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에도 추가 투자했다. 글로벌 분리막 기업들이 중국의 대체재를 찾는 과정에서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투자 지분을 5.01%에서 6.11%로 불렸다.
최근 국내 배터리 및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해외에 생산설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엘에스일렉트릭(LS ELECTRIC(010120))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생산 시설 확장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주 잔고가 크게 늘어나 지난해 매출이 3조 3771억 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26.6%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엘에스일렉트릭의 지분(11.94%→12.97%)을 확대했다.
국민연금은 신재생 에너지 주식도 더 담았다. 올 2분기 풍력발전 기업 씨에스윈드(112610)(11.05%→12.22%), 바이오연료 제조 기업인 TKG휴켐스(069260)(7.1%→8.1%)의 지분을 각각 1%포인트 이상 확대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종합상사인 LX인터내셔널(001120)(6.51%→8.55%)의 지분도 주목했다. 최근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미쓰비시, 이토추 등 일본 5대 상사에 추가 투자하면서 국내 종합상사의 주가 상승 역시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대형 화장품 브랜드 기업의 투자는 줄였지만,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화장품 기업인 코스맥스(192820)(12.2%→13.23%)와 한국콜마(161890)(9.55%→11.64%)의 투자 비중을 불렸다. 최근 화장품 시장 경쟁 심화로 고객사가 늘면서 ODM 기업들의 실적 성장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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