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며 7000만원어치 수목 79그루 훔친 절도범 체포...보존지역 훼손까지

축구장 2개 규모 훼손해 가식장으로 조성...산림 피해 복구비 1억5000만원
주로 고가에 거래되는 팽나무 훔친 것으로 알려져...“도내 최대 규모”

불법 가식장에 식재 중인 절취 수목. 제주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 곳곳에서 수십 그루 나무를 훔친 것도 모자라 보존지역까지 훼손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림) 위반 등의 혐의로 조경업자 70대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아울러 그의 범행을 도운 공범 3명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A씨 일당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시 조천읍과 서귀포시 대정읍·표선면 등 국·공유지, 사유지 등에서 7000만원 상당의 수목 79그루를 토지주 승낙이나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뽑아 간 후, 보존지역을 무단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주로 관리가 소홀한 국공유지나 토지주가 도외 지역에 있는 임야에 식재된 팽나무 등을 절취 대상으로 삼았다. 대상 물색, 굴취, 분뜨기 등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A씨 일당은 고가에 거래되는 팽나무를 주로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자치경찰이 확인한 수목은 79본·7000만원 상당이며, 대부분은 팽나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인 산굼부리 일원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축구장 2개 규모인 1만4699㎡를 중장비로 무단 훼손한 뒤 절취한 수목의 가식장으로 조성했다.

A씨는 급기야 본인이 운영하는 조경업체의 팻말을 가식장에 세워 마치 본인의 토지인양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한 산림 피해 복구비는 1억5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자치단은 지난 3월 말 관련 제보를 받고 수사에 돌입했고, 제주시와 합동으로 현장 확인을 진행했다. 이어 CCTV 분석과 압수수색,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A씨 일당을 검거했다.

박상현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수목 79본은 단일 건으로 도내 최대 규모로, 여죄 수사 과정에서 훔친 수목의 수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판매 경로와 수익에 대해 추가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최윤정 온라인 뉴스 기자 mary170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