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규영, 도전의 의미를 아는 도화지 같은 배우
"주연 부담 됐지만 책임감 알게 됐다"
스타일링 화려, 감정은 시시각각 변화
새로운 도전에 "성취감과 자신감 붙어"
"장미보단 들꽃 같은 배우 되고 싶다"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박규영(29)은 도화지 같은 배우다. 청순한 외모로 절절한 멜로 연기를 선보이다가, 후줄근한 티에 기타를 멘 터프한 히로인이 되기도 한다. 데뷔 7년 만의 원톱 주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에서 박규영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또 다른 모습이다.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소셜미디어 스타 세계에 뛰어든 아리(박규영)가 마주한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박규영은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로 급을 나누는 세계에서 급부상하면서 시기를 받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 아리를 강단 있게 표현했다. 당당하고 궁금증을 불어일으키는 매력의 아리에게 12부작 내내 눈길이 간다.
"원톱 주연이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에요. 경력이 긴 베테랑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제가 표현하는 아리의 감정들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맥락이 될 것 같아서 부담이 됐던 건 사실이에요.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이야기를 많이 했죠. 끝나고 나니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작품을 만드는 게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평범한 직장인에서 휘황찬란한 소셜미디어 스타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스타일링에 가장 많이 신경 썼다. 어느 때보다 헤어, 메이크업 세팅 시간이 오래 걸릴 정도였다. 레고를 연상케 하는 똑단발 머리는 직접 제안한 것이다.
"평범함부터 화려함까지 가져가야 하는 아리를 표현하려면 레고 머리가 필요했어요. 의견이 분분했는데 꽤나 괜찮은 선택이지 않았나 싶어요. 대신 머리를 관리하기 진짜 어려워요. 열흘에 한 번씩 잘라야 했거든요."(웃음)
대신 아리라는 인물에 대한 설정은 따로 하지 않았다. 모든 일들이 좋아 보이기도 나빠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아리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아리 주변에 있잖아요. 셀럽 중에서는 아리를 시기 질투하고 끌어내리려는 하는 사람도 있고, 조력자의 입장도 있어요. 그중 저의 큰 상대 배우는 소셜미디어였어요. 시시각각 소셜미디어에 대해 아리가 갖고 있는 감정이 변하는 걸 신경 쓰려고 했어요."
독백도 많다. 아리가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셀럽들의 민낯을 폭로하는 것이 작품의 전반을 이룬다. 이 때문에 대사나 톤이 일상적이지 않아 낯설게 느끼는 이들도 있다.
"대사가 길기도 하고 단어 선택이 취향에 따라 나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꼭 필요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어요. 아리의 입으로 이 세계가 설명되는 부분도 많고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너무나 생소한 세계이기도 하니까요. 최대한 집중해서 제 감정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소셜미디어의 명과 암을 비추는 것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박규영은 작품을 보고 느끼는 건 시청자마다 다를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러면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가득하거나 쉽게 타인을 비방하는 댓글이 난무하는 소셜미디어의 단면에 공감했다.
"전 촬영장에 나가지 않은 이상 집에만 있어요. 그래서 화려한 부분에 공감이 되는 건 아니었어요. 보이는 순간이 많은 아리의 생활 반경 같은 것들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고, 악플을 그렇게 많이 받아본 적은 없지만 그런 장면을 연기할 때는 감정이입이 잘 됐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작품 선택 기준이라는 박규영의 도전은 통했다. 작품은 글로벌 3위(플릭스 패트롤 5일 기준)까지 올랐다. 그는 "'아리 같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라이브 방송 때 아리의 다크한 부분들을 좋게 봐준 피드백도 좋았다"고 했다.
"제가 표현하는 아리가 그 작품의 톤 앤 매너나 메시지와 연결되지 않을까 싶어서 도전이었어요. 그 맥락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됐다는 건 잘 해냈다는 거 아닐까요? 이런저런 피드백도 잘 듣고 있고, 도전에 대한 성취감이 남을 것 같아요. 약간의 자신감을 붙이면 어떤 것을 또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 여태 그렇게 살아왔고요."
박규영은 이렇게 도전을 거듭하며 어떤 모습도 어울리는 도화지가 됐다. 앞으로 그가 그리고 싶은 '배우 박규영'의 모습은 들꽃 같은 사람이다.
"장미를 보면 진짜 화려하고 좋은데 한 번 보고 눈길이 가진 않잖아요. 들꽃은 계속 보면 봐지고 그러다 보면 향기도 맡아보고 싶고, 그렇게 들꽃처럼 분포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잔잔하게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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