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0% 늘때 한국은 3배 급증···가혹한 법인세

서일범 기자 2023. 7. 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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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작년 법인세 보니
韓법인세율 24%로 세계 최고
美·대만은 20%···최대 4%P 差
이대로면 기업 성장의지 꺾는셈
과표 간소화 등 추가인하책 절실
[서울경제]

삼성전자의 국내 법인세 부담이 매년 큰 폭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납부하는 법인세 비용은 상승률이 훨씬 낮아 우리나라 법인세 과세 구조에 대한 추가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삼성전자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우리나라에 약 9조 6200억 원의 조세공과금을 납부했다. 조세공과금은 법인세와 각종 공과금 등을 더한 비용이다. 지난 2020년 3조 100억 원이었던 조세공과금은 불과 2년 만에 3배 넘게 뛰었다.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은 지난 2021년 사상최대인 51조 633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은 통상 매년 8월에 당해년도 법인세의 절반을 선납(중간예납)하고 이듬해 3월에 나머지 절반을 납부한다. 지난해 삼성이 납부한 법인세에는 전년도 호실적이 반영돼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에서 내는 세 부담이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이 미주·유럽 지역에서 2022년 납부한 조세공과금은 1조8200억 원으로 2020년(1조6500억원) 대비 2000억 원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아시아 지역에 납부한 조세공과금도 이 기간 1조600억 원에서 1조4300억 원으로 4000억 원 남짓 증가했다. 이 기간 미주지역 매출이 47조 6768억 원에서 65조 9617억 원으로 불어난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해외에서 특별히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고 보기도 힘들다.

세무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한국 법인이기 때문에 실적 상승에 따른 법인세 상승 효과가 한국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게 당연하지만 국내와 해외의 세부담 상승률이 이 정도로 벌어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세법 구조상 우리 기업이 해외보다 더 가혹한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쟁 국가인 미국(21%)과 일본(23.2%), 대만(20%) 등과 비교하면 최대 4% 포인트 가량 격차가 벌어진 수치다.

문재인 정부 당시 22%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밀어 올린 것도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세 부담을 높인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전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동안 우리나라만 거꾸로 움직이면서 국내와 해외의 세금 부담 격차가 더 크게 확대됐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조세정책 경쟁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5위까지 올랐다가 이후 매년 하락해 지난해 26위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해외 경쟁 기업보다 유독 높은 것도 경쟁률을 깎아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효세율은 법정 세율에서 각종 공제 등을 제하고 실제로 적용되는 세율을 뜻한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세법 개정안이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2020년 기준 삼성전자의 실효세율이 21.5%에 달해 대만 TSMC(11.5%)보다 2배 가까이 높다" 법인세 인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정부 들어 야당의 반발 등에 따라 법인세율은 1% 포인트밖에 내리지 못했지만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 세액공제는 확대해 기업의 짐을 덜어줬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이중으로 물렸던 법인세를 95%까지 감면해줘 '자본 리쇼어링'의 물꼬를 터준 것도 잘한 정책으로 평가 받는다. 이 결과 삼성전자가 1분기 해외법인 수익금 8조 4400억 원을 국내로 들여왔고 현대차그룹도 59억 달러(약 7조 6600억 원)를 가져와 투자자금으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법인세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세수 감소, 내년 총선 등 복합적 영향으로 정부가 추진 포기를 선언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우리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싸우지 않도록 최고세율을 20%로 내리고 과세구간도 1단계로 간소화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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