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측근 엉뚱한 법원에 기소…관할위반 판결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수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에 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검찰이 억대 사기 혐의를 받는 윤우진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의 측근을 엉뚱한 법원에 기소해 법원의 심리가 한 차례 무산됐다.

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사업가 최모씨와 공동피고인 2명에게 지난달 28일 관할위반 판결을 선고했다. 유무죄를 판단할 관할권이 없다고 보고 심리를 그대로 마친 것이다.

최씨 일행은 2015년 6~9월 토지 거래를 중개하면서 '매도자가 다운계약서를 쓰고 차액을 현금으로 받기를 원한다'며 매수자를 속인 뒤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현금으로 전달된 거래대금을 그대로 가로챈 혐의로 넘겨졌다.

검찰은 최씨에 대해 매수자 3명으로부터 4억여원을 혼자 뜯어낸 혐의, 최씨와 일행에 대해 매수자 2명으로부터 3억여원을 공동으로 뜯어낸 혐의를 적용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최씨 일행의 범죄지는 인천 중구의 한 사무실이었고, 주소지 또한 모두 인천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10월25일 이들에 대한 공소장을 인천 소재 법원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형사재판은 범죄지 또는 피고인의 주소·거소·현재지를 기준으로 관할 법원이 정해지고, 이는 '토지관할'이라고 한다. 형사소송법에는 "사건이 법원의 관할에 속하지 않는 때에는 판결로 관할위반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최씨의 변호인이 관할위반 판결을 신청하자 이 판사는 "결국 이 사건의 토지관할 법원은 인천지법이고, 달리 이 법원에 관할이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받아들였다.

선고 당일 법정에 출석한 최씨 일행은 그대로 귀가했다. 이 판사는 이들을 향해 "죄가 없다고 판단한 건 아니다"라며 "검찰이 항소하거나 인천지법에 다시 기소할 수 있다는 걸 알아두라"고 말했다.

앞서 최씨는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해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2021년 10월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다 구속됐고,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된 뒤 지난해 9월28일 항소심 도중 보석결정을 받았다. 이 사건은 같은 해 12월 항소심 판결이 선고됐다.

최씨가 석방되면서 그의 '현재지'를 서울로 볼 수 없게 됐는데도 검찰은 한 달여 뒤인 지난해 10월25일 최씨와 일행을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기 사건은 당초 인천지검이 수사하다 (최씨가 구속돼 현재지 토지관할이 발생한) 서울중앙지검으로 지난해 3월 이송됐다"며 "기소 직전에 최씨가 보석으로 석방됐는데, 인천지검으로 사기 사건을 재이송하려니 절차 지연이 우려됐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적으론 두 사건이 별도로 기소되면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기다린 뒤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기 사건은 변호사법 위반 사건과 항소심에서 병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관할위반 판결이 선고됐으니 사기 사건은 인천지검으로 이송한 다음 다시 기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낚시터를 운영하는 인천 유력 인사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전 서장이 최씨와 공모해 인천 영종도 일대 부동산 개발 관련 정·관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2021년 10~12월 두 사람을 각각 기소했다. 윤 전 서장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