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스킹’에 희토류 통제로 맞불?… 中-EU 해빙무드 ‘찬물’

유병훈 기자 2023. 7. 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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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EU 고위대표 방중 일정 사유 없이 일방적 취소
EU ‘디리스킹’ 거론에 불만 해석
中 희토류 수출통제 연관성도 주목… 獨경제수장 “생산주권 지켜야”
로이터=연합뉴스

다음 주로 예정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방중 일정이 중국 측의 일방적 취소 통보로 무산됐다.

로이터, AF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나빌라 마스랄리 EU 대변인은 4일(현지 시각) “중국측으로부터 다음 주로 예정된 날짜가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렐 고위대표의 방중과 관련한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앞서 지난 4월 방중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코로나19 감염으로 연기됐었다. 이에 오는 10일 중국 베이징을 찾기로 다시 일정을 조율했는데, 중국 측이 방중 직전 별다른 사유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주 EU 정상회의에서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 거론된 것에 우회적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EU는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중요한 무역·경제 파트너로 규정하면서도 “공급망을 포함해 핵심적인 의존성과 취약성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을 향해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중단하고, 즉각 완전하고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EU 일부 회원국과 중국 간 관계 등을 고려해 수위가 조절된 ‘평이한 수준’의 내용이라고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 자극을 최소화하려던 EU의 노력에도 고위급 회동이 또 한 번 무산된 셈이다.

◇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와도 연관있나

이번 회동 취소는 중국 당국이 핵심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맞물려서도 주목된다. 전날 중국 상무부는 국가안보와 국익 수호를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갈륨·게르마늄 관련 물질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EU가 전략적 원자재로 분류는 광물로, 반도체·전기차·태양광 패널 제조 등에 필수적이다. 지난 2020년 기준 EU로 수입된 갈륨의 71%, 게르마늄의 45%가 중국산이었다. 이에 EU 내부에서는 난감한 기류도 감지된다.

EU 집행위는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전날 중국 측으로부터 갈륨·게르마늄 포함 제품에 대한 이중용도(dual-use) 수출 허가서 요건이 부과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현재 (중국의) 발표 내용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과 EU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세부적으로 분석 중”이라며 “집행위는 이 같은 수출통제는 글로벌 평화를 지키는 것과 연관성이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면서 분명한 안보 고려사항에 근거를 두고 수출제한 및 통제 조처에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 獨 경제수장 “中, 칼 뽑은 것… 생산 주권 지켜야”

중국이 이처럼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자 EU 안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의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중국이 칼을 뽑았다”며 “만약 이 조처가 리튬 등으로 확산할 경우 독일은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우리는 지난 수년간 일정 정도 생산 주권을 지키는 게 에너지·경제안보를 의미한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문제는 우리가 생산에 대한 노하우와 일정 비중의 생산시설을 보유하는 게 가치가 있다고 보느냐는 것이며,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나아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이 충분히 저렴해질 때까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기업들에 국가가 수십억을 지원하는 에너지 산업 전력 가격제도를 옹호했다. 그는 “이 돈을 아끼면 결국 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철강산업이나 화학산업은 결국 그린산업이 되겠지만, 그때도 여전히 독일에 머물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해 기후 중립으로 전환을 보조금을 통해 지원하는 전 세계적 노력에 유럽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IRA에서 세제 혜택을 줘서 전체적인 보조금 규모가 얼마인지 불명확한데, 유럽연합(EU)에서는 유효한 재정 규칙이 있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직면한 도전을 감안했을 때 EU는 허용되는 정부 보조금에 대한 결정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원 관행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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