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신료-전기료 나눠진다

2023. 7. 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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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5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TV 수신료와 전기료가 나뉘어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이 같은 방안을 결정했다. 개정안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고지 시 수신료는 고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94년 도입된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이 약 30년 만에 분리징수로 변경된다.

30년 만에 수신료-전기료 분리

그간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자택에 TV를 소유한 국민에게 일정액(월 2500원)을 징수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이는 KBS와 EBS 재원으로 활용됐다.

사실상 자동 납부가 보편화함에 따라 TV를 갖지 않아 납부의무가 없는 전기 이용자도 TV 수신료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용자가 수신료를 내지 않으려면 한국전력 등에 직접 연락해야 했다.

방통위는 관련해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이 KBS 재원에는 기여했으나 국민은 수신료를 납부하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납부하는 선택권도 갖기 어려웠다"며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고지‧징수하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는 이번 방송법 개정안이 "수신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권리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고 "납부의무가 없는데 잘못 고지된 경우 바로 인지하여 대처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 납부하고자 하는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통위 회의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결정 가능성은 애초 매우 컸다.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이 여야 추천인사 2대 1 구도로 여당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가 임기였던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업무복귀가 무산된 것도 결과를 가늠케 하는 일이었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모두 반대했다

언론계와 야당,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반대했다. 당초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꺼낸 본 목적은 공영방송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실제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민형배, 이정문, 정필모, 조승래 의원이 방통위를 항의 방문해 방통위원들에게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김의철 KBS 사장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TV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철회하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기 선임됐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발해 KBS는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고, 같은달 26일에는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지난달 26일 전국 35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방송통신위원장을 검찰 기소만으로 강제 해임하고, 방통위 구성을 바꾼 뒤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입법예고 기간조차 10일로 단축하는 등"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졸속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 BBC, 프랑스 텔레비전, 독일 ZDF 등 세계 8대 공영방송사 사장 협의체인 GTF(Global Task Force for public media)도 지난달 22일 한국 정부에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강점은 공영방송 (독립성)"이라며 "허위정보와 여론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기에 공영방송을 약화시킬 때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 5단체는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개정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정부의 이번 행보를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현 정권과 방통위는 30년 간의 (수신료 통합징수) 사회적 합의를 불과 넉 달 만에 파괴하려 한다"며 "그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 상위법과의 충돌, 법적 정당성과 취지들 마저 무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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