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산불 구상권 소송 1심 '한전' 승소

강원CBS 구본호 기자 2023. 7. 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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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재판부, 한전 산불 '원인 제공자' 해당 인정
"중복지원금 인정 안돼" 비용상환 책임 20%만 인정
"한전, 정부와 지자체에 58억여 원 지급하라"
4·4산불비상대책위원회. 연합뉴스

'2019년 강원 고성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정부가 지급한 지원금을 두고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간 벌어진 치열한 법적 공방에서 재판부가 한전 측의 손을 들어줬다.

춘천지법 민사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5일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낸 구상권 청구 사건에서 원고(한전) 측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전 측이 이번 사건의 '원인 제공자'에 해당되며 국가와 지자체가 지급한 지원금도 비용상환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봤지만 법령상 재난지원금 또는 구호비용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들을 일부 범위에서 제외했다.

구호사업비 중 자원봉사자를 위해 지출한 비용과 한전이 이재민에게 지급한 보상금과 중복해 정부가 지급한 비용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과 생계비 재난지원금은 적법한 지원으로 봤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피고들에 대한 비용상환 책임이 있음이 인정되나 (원고는)사건 발생 이후 자체적으로 손해사정을 실시해 피해 주민들 일부와 피해 보상에 관해 합의하고 보상금 약 562억 원을 지급했다"며 "원고에게 임시주거시설 설치 비용의 상환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가혹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사건 재난지원금에는 산불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구별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원고의 비용상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통해 한전에게 정부에 28억1300여만 원, 강원도에 15억6천여만 원, 고성군에게 13억7천여만 원, 속초시에 3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5일 춘천지법에서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낸 구상권 청구 사건 1심 재판이 끝난뒤 발언하는 노장현 고성한전발화산불피해이재민비상대책위원장 모습. 구본호 기자


노장현 고성한전발화산불피해이재민비상대책위원장은 1심 선고 이후 "그동안 우리가 이런 소송을 통하기 보다 국가가 우리 이재민을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해결을 해줬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방임하고 사법부에 판단을 던진 것은 상당히 무책임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결론적으로 이재민들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재민들과 향후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4·4산불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재민들은 하루 아침에 모든 산불에 의해 재산 손실을 입어 복구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판결의 세부 내용을 확인해야겠지만 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법의 판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억울하고 힘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번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정부가 2021년 산불 피해 이재민들에게 한전 대신 지원금을 지급한 데에 따른 구상권을 한전 측에 청구하겠다고 밝히자 한전이 300억 원 규모의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선제적으로 낸 소송이다.

한전 측 소송에 정부와 강원도 등도 한전을 상대로 600억원 규모의 공공시설물 등 손해배상소송을 냈고 재판부 요청으로 구상권 소송 청구 취지를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 나면서 한 사건으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고성 산불이 발생한 지 8개월 만인 2019년 12월 피해 보상을 위해 구성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는 한전 측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금액의 60%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산불 피해 주민 64명은 2020년 1월 한전을 상대로 26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한전 측의 책임을 60%로 인정, 주민 64명에게 87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고성 산불'은 지난 2019년 4월 4일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전신주 개폐기 내 전선에서 불꽃(스파크)이 튀면서 초대형 산불로 확산됐다. 이 불로 산림 1260㏊가 잿더미가 됐으며 피해 재산 규모만 899억원에 달했다. 사망자 2명도 발생했다.

당시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로 전·현직 한전 직원 7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과 2심은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한 점은 인정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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