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AI, 국제협력이 돌파구” 전 세계 한인 과학자들 머리 맞댔다
첫날 우주항공·AI 세션 만석…“국제협력 강조”
한국이 우주항공 분야에서 발전하려면 오늘처럼 한인 과학기술인이 얼굴을 맞대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합니다. 관련된 과학기술인끼리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듭시다.
정형민 캘리포이나주립대(롱비치, CSULB) 교수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국과학기술회관은 전 세계에서 모인 300여명의 한인 과학기술인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 이들과 교류하기 위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과학기술인 700여명도 참석했다.
세계 한인과학기술인대회는 이날 오후부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우주항공·해양, 첨단모빌리티,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별로 열린 세션에는 회의실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AI 세션에는 아예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렸고, 우주항공·해양 세션 역시 준비한 좌석이 모두 차면서 서서 보는 사람이 수십 명에 달했다.
우주항공과 AI 모두 최근 들어 굵직한 뉴스가 쏟아지는 분야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도 두 분야에 집중 투자와 육성을 약속하면서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국제협력을 통해 한국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발표를 맡은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은 “한국은 행성과학이나 우주 분야의 기초과학 연구 역량이 떨어진다”며 “다행인 건 기초과학 분야는 국제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인 국제협력을 통해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우주항공 분야의 한국 과학기술인의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얼굴을 맞대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며 “관련 과학자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노르웨이의 신테프오션(SINTEF Ocean)에서 일하는 염구섭 박사도 “노르웨이는 산학연 협력이 굉장히 잘 되는 국가”라며 “한국도 연구소와 대학, 20~30개 정도의 기업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근무하는 윤경식 테크놀로지스트는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1년 예산이 6000조원 정도고 한국은 490조원 정도인데 한국이 미국만큼 많은 돈을 우주항공 분야에 투자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NASA나 다른 국가가 하지 않는 분야와 임무를 한국이 찾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AI 세션의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AI 세션은 ‘AI 현재와 미래: 기술, 윤리, 사회적 영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챗GPT 등장 이후 불거진 윤리적인 이슈가 중심 화두였다.
전 세계에서 AI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AI에 대해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배순민 KT AI2XL 소장은 “인공지능이 모방하는 인간의 데이터는 디지털화가 가능한 것들뿐이라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예술가의 영감이나 의사들이 직관적으로 내리는 판단 같은 오감은 AI가 모방하거나 설명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도 “챗GPT는 문서로 저장된 지식만을 데이터화한 것이고, 인간의 오감은 데이터로 모으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고석범 사스캐쳐완대 교수는 “AI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며 “어떻게 해야 AI를 잘 쓸 수 있을 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상두 네이버 AI연구소장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윤 소장은 “챗GPT는 좋은 질문을 넣어야 그만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며 “결국 사람이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아직까지 AI가 사람의 사고를 따라할 정도까지 왔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AI 음성인식 관련 전문기업인 SiLnD의 조형실 대표는 “AI를 개발하는 건 개개인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며 “AI는 우리 사회의 소통을 돕는 도구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항공과 AI 외에도 이번 세계 한인과학기술인 대회에선 다양한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국내외 석학들이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한국 과학기술 발전 방향을 토론한다. 6일에는 수소·이차전지, 차세대 원자력, 첨단바이오, 양자,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분야에서 세션 토론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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