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하수관로 설치하려다…급히 도망가며 숨겼던 불교 유물 무더기 발굴
철솥에 담긴 청동 향로·금강저
통일신라시대 금동불상도 출토
흥륜사는 사적 ‘경주 흥륜사지(興輪寺址)’로 지정돼 있으나 ‘영묘사’가 적힌 기와가 인근에서 5차례나 발견돼 일제시대에 규정된 흥륜사 터가 영묘사 터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양구는 부처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올리고 의식을 행할 때 쓰는 물품을 뜻한다.
문화재청은 이 유물이 몽고군의 침략이나 화재, 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 곳에 모아 땅에 묻어둔 퇴장(退藏) 유물로 추정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촛대의 촛농 받침은 보통 접시 형태가 많은데 꽃 형태(화형·花形)는 고려시대 유물로는 처음 본다”고 밝혔다.
청동유물은 앞서 경남 창녕 말흘리 유적, 경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충북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는 아니었다.
현재 청주 운천동 사지 동종과 서울 영국사 터 공양구 일괄은 보물로 지정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청동 공양구 유물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보존 처리와 추가 연구를 1~2년은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른 사례와 비교해도 유물 수량이 많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의 흥륜사지는 일제시대에 비정된 위치인데 향후 기와 등 유물이 더 발굴되면 흥륜사지가 영묘사지로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경주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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