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어 아들 전투기 추락사…“엄마!” AI로 재회한 날

이주빈 2023. 7. 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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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철이에요."

16년 전 숨진 아들 박인철 소령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어머니 이준신씨는 눈물을 쏟아냈다.

"인철이가 오랜만에 엄마를 보니까, (엄마) 늙었다고 속상해할까 봐 신경 좀 썼습니다." 충북 음성군에 사는 이씨는 아들을 만나러 서울의 한 스튜디오로 출발하기 전 연신 거울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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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TV〉 고 박인철 소령 AI로 복원
국방홍보원 <국방티브이(TV)>는 5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고 박인철 소령과 어머니 이준신씨가 만나는 모습을 ‘그날 군대 이야기 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 편(국방부 기획, 국방홍보원 제작)에서 공개했다. 국방뉴스 유튜브 갈무리

“엄마! 인철이에요.”

16년 전 숨진 아들 박인철 소령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어머니 이준신씨는 눈물을 쏟아냈다. 박 소령(당시 중위)은 지난 2007년 7월, 서해안 상공에서 케이에프(KF)-16 전투기를 몰고 훈련하던 중 사고로 순직했다.

1984년 3월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아버지 고 박명렬 소령의 뒤를 이어 정식 전투기 조종사가 된 지 5개월여 만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이씨는 아버지를 따라 비행을 하겠다던 아들을 말리지 못한 게 평생 후회가 됐다고 한다.

국방홍보원 <국방티브이(TV)>는 5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박 소령과 어머니 이씨가 만나는 모습을 ‘그날 군대 이야기 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 편(국방부 기획·국방홍보원 제작)에서 공개했다.

“인철이가 오랜만에 엄마를 보니까, (엄마) 늙었다고 속상해할까 봐 신경 좀 썼습니다.” 충북 음성군에 사는 이씨는 아들을 만나러 서울의 한 스튜디오로 출발하기 전 연신 거울을 봤다. 이씨는 긴장해 밥도 먹지 못했다. 꿈에라도 보고 싶은 아들인데 꿈에서도 잘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씨가 조심스레 스튜디오 문을 열자 “엄마!”라고 외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면 속에 비친 아들은 조종복을 입은 채 엄마를 보며 웃었다. 16년 전 아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씨는 눈물을 쏟아냈다. 이씨는 입술을 떨며 겨우 첫 마디를 뱉었다. “인철아, 보고 싶었어.”

국방홍보원 <국방티브이(TV)>는 5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고 박인철 소령과 어머니 이준신씨가 만나는 모습을 ‘그날 군대 이야기 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 편(국방부 기획, 국방홍보원 제작)에서 공개했다. 국방뉴스 유튜브 갈무리
국방홍보원 <국방티브이(TV)>는 5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고 박인철 소령과 어머니 이준신씨가 만나는 모습을 ‘그날 군대 이야기 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 편(국방부 기획·국방홍보원 제작)에서 공개했다. 국방뉴스 유튜브 갈무리

화면 속 박 소령은 이씨에게 “엄마, 오랜만에 엄마 얼굴을 보니까 진짜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인철이는 잘 지내니?”라고 물었다. 박 소령은 “전 잘 지내고 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도 만났어요. 아버지랑 그동안 못한 이야기 많이 했어요. 전 아버지 만나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씨는 눈이 빨개진 채 아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만나는 게 아니고 진짜로 이렇게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예전처럼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박 소령은 이씨를 달랬다. “우리 떨어져 있더라도 항상 마음속에 같이 있다고 생각해요. 많이 웃고 행복하게 지내셔야 해요. 그리고 이건 잊어버리면 안 돼요. 사랑해요, 엄마.”

국방홍보원 <국방티브이(TV)>는 5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고 박인철 소령과 어머니 이준신씨가 만나는 모습을 ‘그날 군대 이야기 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 편(국방부 기획, 국방홍보원 제작)에서 공개했다. 두 사람의 과거 사진. 국방뉴스 유튜브 갈무리

일찍 엄마 곁을 떠난 것을 빼면 너무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이씨는 하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아들에게 미처 못다 한 말을 했다. “엄마 아들로 같이 해줘서 너무 행복하고 고마웠어. 잘 지낼 테니 걱정하지 말고 거기서도 아빠하고 잘 지내.” 대답을 들은 박 소령은 “필승”이라고 외치며 경례했다. 이씨도 함께 경례하며 말했다. “내 아들, 필승!”

이씨는 인공지능이라도 아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라고 인공지능을 통해 아들을 다시 만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이씨는 “예전에 티브이에서 (이번 프로젝트와) 비슷한 걸 봤다. 나도 인철이를 저렇게라도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박씨 부자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이선미 중령(국방부 정신정력문화정책과)은 <국방뉴스> 인터뷰에서 “호국 영웅들이 흘린 피땀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고 박인철 공군 소령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영상은 ‘국방뉴스’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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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yes@hani.co.kr

국방홍보원 <국방티브이(TV)>는 5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고 박인철 소령과 어머니 이준신씨가 만나는 모습을 ‘그날 군대 이야기 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 편(국방부 기획, 국방홍보원 제작)에서 공개했다. 국방뉴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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