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혁신 나침반]〈4〉과학기술로 여는 국제개발협력의 新패러다임

2023. 7. 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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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지속가능혁신정책연구단 연구위원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고도성장 경험은 많은 개발도상국에 희망을 주며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한국이 빠르게 경제발전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학기술혁신 역량을 확보하도록 지속적으로 투자했던 것이 중요한 동력이었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비단 과거의 경험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IT강국, 글로벌혁신지수(GII) 종합 6위의 혁신국가로 자리매김한 우리의 현재 역시 개발도상국이 닮고 싶은 모습이며, K-컬쳐와 함께 K-소프트파워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로 많이 알려져 있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과학기술혁신은 비교적 최근 부각되기 시작한 분야다. 절대빈곤의 종식을 목표로 달려온 국제사회는 2015년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의 2030 아젠다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채택으로 경제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으로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만들어내고 확산하는 과학기술혁신의 중요성과 범분야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같은 해 제3차 국제개발재원회의에서 합의된 아디스아바바행동계획(Addis Ababa Action Agenda)에서도 과학기술혁신과 역량강화 분야가 국내외 투자확대 등과 7대 행동분야로 채택되는 등 국제개발협력에서 과학기술혁신 활용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개발 등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극복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와 함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회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 역시 빠른 속도로 기존의 디지털 격차를 넘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성장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와 동시에 개발도상국은 기술 수준에서 비롯된 격차 확대에 더해 사이버 폭력, 디지털 인권, 기후변화 등 선진국·개도국을 가리지 않는 사회문제에 대해 더 취약한 환경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과학기술혁신이 주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과제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는 지금, 우리 국제개발협력이 지향해야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우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국제개발협력과 과학기술혁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이나 과학기술기반 지속가능발전은 우리도 추구하고 있는 발전의 방향으로, 국제개발협력에서 국내에서의 이행과 개도국을 지원하는 ODA 전략이 분리되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과거 우리가 발전과정에서 이루었던 성과와 교훈을 바탕으로 ODA 사업을 발굴해왔던 것과는 달리 '함께 손잡고 뛰는' 호혜적 관계에서 오는 경험의 공유와 지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개발도상국을 기술의 발전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공동의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부터 인프라까지 종합적인 접근을 함께할 협력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다양한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 사회문제해결 R&D 지원정책과 성과물의 활용, 기후기술 등은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나 기술의 발전을 공유하면서 도전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분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저출산에 따른 국내 과학기술 연구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발도상국의 과학기술·디지털 분야 인력양성 지원 역시 우리와 협력국이 윈-윈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국민이 단순히 낮은 수준의 기술 서비스 이용자나 지원의 수혜자로서가 아니라 첨단기술이 제공하는 삶의 질 향상의 기회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범분야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이를 위해 ODA 사업에서의 과학기술혁신·디지털 주류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주류화란 특정 분야에서 과학기술·ICT ODA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나 과학기술역량 향상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ODA 사업을 추진함에 과학기술혁신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주류화와 함께 국내외 벤처기업 및 혁신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고 이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ODA 사업의 재편이 이루어진다면, 민관협력이 활성화된 보다 지속가능한 혁신 ODA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 등으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그 어느 때 보다 과학기술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과거의 발전경험 기반'에서 현재진행형 '과학기술혁신 기반'으로 우리 국제개발협력의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해 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지속가능혁신정책연구단 김지현 연구위원 jihyunkim@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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