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일 부원장 "랩·신탁 불건전 영업관행은 CEO 책임 영역"

[증권사 영업 관행 개선 나선 금감원]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4월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CEO와의 시장현안 소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증권사의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관행은 'CEO(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책임의 영역'"이라며 "더 이상 고객자산 관리·운용과 관련한 위법행위를 실무자의 일탈이나 불가피한 영업관행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함 부원장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감독당국은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영업관행에 엄정히 대처하겠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27개 국내외 증권사 대표 등 학계, 증권업계, 금융당국, 독립리서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증권사의 리서치 관행상 문제점과 특정금전신탁·랩어카운트 등 고객자산 관리실태, 불법적 영업관행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함 부원장은 "현재 금감원은 랩·신탁의 불건전 영업관행을 점검중에 있다"며 "이 점검의 핵심내용은 일부 증권사가 고객의 랩·신탁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까지 다른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컴플라이언스, 리스크관리, 감사부서 등 어느 곳도 위법행위를 거르지 못했다면 이는 전사적인 내부통제의 문제"라며 "대표님들께서 자산관리시장의 불건전·불법관행을 확실히 근절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자기책임 원칙이 확립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했다.

함 부원장은 "증권사의 리서치보고서와 랩·신탁 관련 영업관행의 개선은 증권업계의 꽤 오래된 숙제"라며 "최근 언론에서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주가급락 8개 종목 중 4개만 리서치보고서가 있었고, 이 중 3개는 모두 매수의견 뿐이었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변도 리서치 관행에 많은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3월부터 주요 증권사와 함께 운영중인 '리서치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과정을 지켜본 결과 그간의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또한 애널리스트가 조사분석자료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함에 따라 리서치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악화됐다"고 했다.

이어 "리서치부서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예산배분, 공시방식 개선 및 독립리서치 제도도입 등을 추진하겠다"라며 "(리서치보고서가) 균형잡힌 투자방향을 제시하는 자본시장의 중요한 인프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함 부원장은 "이제부터 우리 모두가 긴장감을 가지고 잘못된 관행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인센티브 체계를 재설계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중개 및 공급'이라는 증권사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