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 사방 막힌 25평 시멘트 우리 벗어났다…"포효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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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갈비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삐쩍 마른 채 좁고 열악한 실내 시멘트 우리에서 홀로 지냈던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 숫 사자.
부경동물원 사자에게는 좁디좁은 시멘트 우리가 세상 전부였습니다.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좋은 환경에서 마지막 생을 살도록 해주겠다며 환경이 좋은 동물원에 사자를 넘기는 결정을 했습니다.
20살 부경동물원 사자는 인간 나이로는 100살에 가깝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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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갈비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삐쩍 마른 채 좁고 열악한 실내 시멘트 우리에서 홀로 지냈던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 숫 사자.
부경동물원 사자에게는 좁디좁은 시멘트 우리가 세상 전부였습니다.
이 사자가 사방이 트이고 훨씬 넓은 야외 우리에서 무리와 함께 흙을 밟으면서 남은 생을 지내게 됐습니다.
최근 부경동물원 사자를 구해달라는 여론이 거세지는 등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좋은 환경에서 마지막 생을 살도록 해주겠다며 환경이 좋은 동물원에 사자를 넘기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 숫 사자를 돌보겠다고 나선 충북 청주동물원이 오늘(5일) 사자를 청주동물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이 사자는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습니다.
2013년 문을 연 부경동물원은 2016년 무렵 이 사자를 넘겨받았습니다.
7년여간 사람이 구경하도록 투명창을 설치한 쪽을 제외한 3면, 천장까지 막힌 비좁은 실내 시멘트 우리가 세상의 전부 인양 살았습니다.
사자가 살아온 우리는 가로 14m, 세로 6m로 겨우 25평 정도입니다.
20살 부경동물원 사자는 인간 나이로는 100살에 가깝다고 합니다.
장맛비가 그친 이날 김해 낮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겼습니다.
습도까지 높아 가만히 있어도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무더웠습니다.
할아버지 사자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세심한 이송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했습니다.
청주동물원은 마취총을 사용해 고령의 사자를 잠들게 하는 방법 대신, 견고한 철제 케이지에 사자가 스스로 들어가게 하는 쪽을 시도했습니다.
평소 관람객들과 다른 분위기를 느낀 탓인지, 좀처럼 케이지에 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흥분한 듯 좁은 우리를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등 안절부절못했습니다.
2시간여 시도 끝에 사람이 실내 우리 천장에 올라가 긴 대나무 막대기로 사자를 한쪽으로 몰아 케이지에 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충북 청주동물원까지 거리는 대략 270㎞ 정도입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4시간 남짓 걸리는 장거리입니다.
청주동물원은 폭염에 사자가 탈진하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에어컨이 달린 무진동 냉장차를 사자 이송에 사용했습니다.
청주시가 운영하는 청주동물원은 여느 동물원과는 방향성이 다릅니다.
동물을 가둬 구경시키는 것보다 야생에서 구조한 동물을 치료하고, 훈련을 거쳐 자연에 방사하는 쪽을 중시합니다.
동물을 동원한 공연도 하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는 환경부 지원을 받아 생물자원보전시설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야생의 사자는 무리를 이루는 사회성이 있는 동물입니다.
마침 청주동물원에 12살(암컷), 19살(수컷) 사자가 있어 무리생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수의사)는 "부경동물원 사자를 청주동물원 사자와 마주보기가 가능한 칸에서 지내게 한 후 서로 익숙해지면 합사를 시킬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고립 생활을 한 부경동물원 사자가 친구들을 만나 여생을 편안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사자 이송을 지켜본 동물애호단체는 동물원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사람과 똑같이 감정, 고통을 가진 동물은 가둬놓고 구경하는, 인간을 위한 오락거리가 아니다"며 "멸종위기종 등 위험에 처하고 사라질 위기인 종을 보존하는 쪽으로 동물원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김해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캡처, 연합뉴스)
조제행 기자 jdon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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