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과중해서"…배상금 10억 멋대로 집행한 의협 공제조합 직원 집유

그림판으로 배상금 청구서 인장 조작, 상급자 서명 위조도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10억원이 넘는 의료분쟁 배상금을 임의로 집행한 대한의사협회 공제조합 직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받는 A씨(40)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69회에 걸쳐 의료분쟁 배상공제금을 임의로 집행해 조합에 10억5379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의협 공제조합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심사를 거쳐 결정된 손해배상액을 조합원 또는 환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공제조합 분쟁조정부에서 의료분쟁 보상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의료분쟁 사건 처리가 지연돼 다수 민원이 발생하자 심사를 완료하지도 않은 배상공제금을 민원 환자 측에 우선 보내주는 등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민원 환자 측에 배상공제금을 먼저 보내주기 위해 청구서를 허위로 꾸미고 다른 환자 청구서에 날인된 조합원의 인장을 컴퓨터 그림판 프로그램으로 잘라내 옮겨붙이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지난해 A씨는 이같이 배상공제금을 임의로 집행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최종 결재자인 이사 등의 서명을 스캔해 또 다른 보고서에 붙이는 방식으로 타인의 서명을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민원 처리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10억원이 넘는 금액을 임의로 지급하고 결재자의 서명을 위조, 행사하기까지 한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해 조합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범행으로 인해 실질적인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A씨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으며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결정했다.

b3@news1.kr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