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성패 가를 첫 변수는 '땅'…"주민 수용성 문제, 시간없다"
"SMR(소형모듈원자로)이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SMR의 안전성과 편익에 관한 국민들의 수용성을 대폭 제고해야 한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한 '민관합동 SMR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SK㈜는 31개 기업 등 42개 기관이 손잡고 SMR 산업발전에 힘을 모으기로 한 얼라이언스의 초대 회장사다. SMR은 전기출력 300㎿e(메가와트) 이하급으로, 경제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한 원자로다.
초대 회장사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당부한 향후 과제가 '주민 수용성' 문제였던 것이다. 장 부회장은 이후 △제도 재정비 △기업 공동 대응 시스템 구축 △정부 정책 금융 및 SMR 산업 육성 펀드 조성 등의 숙제를 거론했다.
제도 및 금융 지원 보다 '주민 수용성'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의 의미는 적잖다. 국내에서 SMR 실증부터 상업운영까지 모두 거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2012년 SMART(스마트)라는 초기 SMR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이후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그 사이에 다른 나라들은 SMR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뉴스케일,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 미국 업체들의 경우 이르면 2030년 이전에 상용화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들어서야 4000억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한국형 SMR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 향후 5년여 동안 SMR 시설을 지을 '땅'을 확보하지 못하면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경북 경주 등이 SMR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SMR 실증부터 차근차근 진행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기술을 빨리 개발한다고 해도 실효성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다"며 "수용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들도 해외에서 SMR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5~10년 정도 후면 본격적인 SMR 시장이 열릴 것인데 시간이 없다"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게 다름아닌 '주민 수용성' 문제"라고 힘을 줬다.
기술발전도 동반해야 한다. 한국형 SMR은 과거 개발했던 스마트를 개량한 모델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물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3.5세대로 분류된다. 이미 글로벌 업체들이 소듐이나 가스 등을 쓰는 4세대 개발에 나선 것과 차이난다. SMR 특유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4세대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물을 냉각재로 쓰지 않으면 수소가 발생하지 않기에 폭발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의 효과가 있다. 핵폐기물 역시 최대 10분의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SK㈜와 SK이노베이션, HD한국조선해양,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4세대 SMR을 추진하고 있는 테라파워와 엑스에너지 등에 투자를 하며 미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향후에도 에너지·건설·조선 등 업계를 불문하고 SMR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SMR 등 신사업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두산밥캣 지분 5%에 대한 블록딜을 통해 확보한 2000억원 중 일부를 SMR 사업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그동안 쌓아온 트랙레코드가 있기 때문에 해외 SMR 업체로부터 많은 협업 러브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SMR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잡는다면, 향후 해외에서의 사업 역시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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