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긴축에도 물가는 왜 안잡힐까?···통화정책 효과 약화됐나

이윤주 기자 2023. 7. 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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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연준 홈페이지

주요국들이 지난해 고강도 통화긴축을 실시했음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통화 긴축의 효과가 예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데, 그동안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변화 등 경제구조가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경제규모 세계 상위 20개국이 이번 긴축 시기에 평균 3.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물가가 목표 수준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고 보도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은 떨어지고 있지만, 끈끈한 근원물가와 과열된 노동시장 및 예상보다 강한 서비스 업황 등을 감안하면 물가가 한동안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강한 긴축에도 물가와의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으면서 통화정책이 파급되는 시차가 과거보다 길어지고 긴축의 효과도 덜 강력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씨티은행의 네이던 시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이 수십년 전만큼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주요 경제와 세계 경제 전체가 금리 인상을 이례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잘 흡수했다”고 말했다.

우선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경제구조 전환이 통화정책의 파급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자본조달 수요가 덜하기 때문에 금리의 즉각적인 영향에 둔감할 수 있고, 이것이 금리인상의 효과가 늦게 전달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지만,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늘어난 점 역시 금리인상의 효과를 제어하는 방지턱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인상은 빚 부담을 키워 가계 소비력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고정금리 대출을 받았다면 금리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므로 가계의 구매력에도 영향을 덜 미치게 되는 셈이다.

영국 기준으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비중은 2011년 70%에서 올해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주 “통화정책의 전달이 느려질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5월 신규취급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77.0%에 달한다.

서비스업에서 구인난이 여전한 점도 임금과 물가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는 최근 몇개 분기 동안 경기 침체에도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주 “노동력 부족 상황에서 기업들이 노동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하면서 “이 부문은 과거보다 더 오랫동안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부터 격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물가 상승압력이 예상보다 강하게 지속되면서, 결국 물가 목표수준인 2%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금리를 올려야할 지 모른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제니퍼 맥커윈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더 높은 금리가 앞으로 몇달 동안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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