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지난 3월 정상회담서 푸틴에 ‘우크라에 핵 사용하지 말라’ 경고”
중국이 러에 암묵적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전쟁에 대한 우려를 품고 있음을 시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서방과 중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중국 정부 관리는 시 주석이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문을 언급하며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사적으로 경고했다고 FT에 말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핵무기 사용 반대와 러시아에 대한 일방적 제재 중단 등 모두 12개항의 제안 사항이 담긴 문서를 발표한 바 있다.
FT는 “이는 중국이 모스크바에 암묵적인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우려를 품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한 고위 고문은 FT에 “푸틴이 이러한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유럽과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려는 중국의 노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러시아와의 ‘무제한 협력’을 공언하는 등 푸틴 대통령과 밀착하고 있다는 인상 탓에 핵무기 억지를 위한 노력의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다. FT는 “그러나 시 주석의 경고는 중국이 그러한 공개적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막후에서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이 푸틴의 핵무기 사용을 막기에 충분할 정도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지난 3월 시 주석의 방문을 통해 “핵전쟁 위협이 감소했으며 중국인들은 그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이 이처럼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억지하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중국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중국 관리는 “전쟁은 유럽과 미국의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려는 중국의 노력을 망칠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또는 유럽 동맹국 중 한 곳에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전 유럽이 중국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반면 핵사용을 억지하려는 노력은 중국과 유럽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크렘린궁과 가까운 소식통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전술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핵 사용은 푸틴 대통령이 차지하겠다고 공언한 영토를 황무지로 만들 뿐 러시아군의 전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러 차례 핵위협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기지 역할을 해온 벨라루스에 지난달부터 전술핵을 인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고에도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핵무기는 푸틴이 이 전쟁에서 파멸적으로 패배하는 상황에 대비한 궁극적인 보험”이라면서 “중국도 푸틴 대통령을 완벽하게 억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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