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유상증자인데…CGV 폭락하고 SK이노는 반등하는 이유는

김사무엘 기자 2023. 7. 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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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차별화를 보인다. CJ CGV는 여전히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반등하며 낙폭을 상당히 회복했다.

증권가에서는 유상증자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주가에도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 상환을 위해 투자를 받는 CJ CGV보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SK이노베이션이 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5일 코스피 시장에서 CJ CGV는 전일 대비 190원(2.04%) 하락한 91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0일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한 다음날 주가는 21.1% 급락했고 이후로도 하락세 이어지는 중이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현재까지 주가는 35.5%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달 23일 1조1777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공시했고 그 다음 거래일인 26일에는 6%대 급락했다. 이후에도 추가 하락이 이어졌는데 CJ CGV와 다른 점은 지난달말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날 종가는 16만7300원으로 지난달 29일 저점 대비 6% 반등했다. 유상증자 전 대비 낙폭도 8.48%로 CJ CGV와 차이를 보인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유상증자란 자본시장에서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인데, 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식가치가 희석된다. 주가를 산정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가 EPS(주당순이익)다. 이익은 그대로인데 유상증자로 인해 주식수가 2배로 늘면 EPS는 절반으로 떨어지고 주가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CJ CGV가 그런 경우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총 주식수는 7470만주로 기존 발행주식 총수(4772만8537)의 1.5배에 달한다. 순이익이 같다고 가정하면 이론상 EPS는 기존보다 60% 하락한다.

신주 가격도 문제다. 유상증자 신주 가격은 주당 7630원으로 유상증자를 공시할 당시 주가(1만4500원)의 절반 수준이다. 기존 주가보다 50% 할인된 신주가 대거 상장하는 만큼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금액 자체로는 CJ CGV보다 많지만 신주수는 819만주로 기존 주식수의 8.9%에 불과하다. 신주 가격도 기존 주가 대비 20% 할인된 수준으로 신주가 발행되더라도 주식 희석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주식수는 8.9% 증가하나 순차입금 감소를 고려하면 주당 가치의 희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조달의 성격도 차이로 지목된다. CJ CGV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주요 목적은 채무 상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다. 조달자금 5700억원 중 66.7%인 3800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1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CJ CGV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장을 통한 성장을 추구했다. 중국, 터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멀티플렉스를 설치하고 각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늘려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고 전세계적인 락다운(봉쇄)이 시작되면서 영화관 사업은 급격히 위축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급격히 성장한 것도 부담이었다.

투자를 위해 빌린 돈은 많은데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부채비율(총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은 급등했다. 2019년말 652.6%였던 부채비율은 2020년말 1412.7%로 치솟았다. 올해 1분기말 기준 CJ CGV의 부채는 3조2526억원, 부채비율은 912%로 2020년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주사 CJ는 이번 CJ CGV 유상증자 중 600억원을 투입하고 추가로 CJ 올리브네트웍스 주식 현물출자를 통해 4500억원을 투자한다. 조달한 자금으로 채무를 일부 상환해 지난해 809억원이던 금융비용을 올해 505억원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도 유상증자 중 일부(3500억원)를 채무 상환에 사용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신사업 투자에 활용한다.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목적인 4092억원은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 공급을 위한 기술과 탄소 포집 기술, 합성원유 등의 신기술 확보에 사용할 계획이다. 시설자금 4185억원은 배터리와 신규 그린사업 R&D(연구·개발) 센터에 투자한다. 조달자금의 70% 이상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사용하는 셈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자회사 SK온의 자금조달이 아닌 자체사업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도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인이다. SK온 역시 이번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조6000억원 가량을 조달한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희석되지만 모회사의 자금 지원 부담은 줄어든다.

증권가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주가 부진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본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도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했는데 이는 신규사업 확대 기대감 때문"이라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심리가 장기화하거나 파급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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