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표 불러모은 금감원…“랩·신탁 불건전 영업은 CEO 책임”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에 리서치 보고서와 특정금전신탁·랩어카운트 운용 관행을 질타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증권사들의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관행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의 관심과 책임의 영역”이라며 엄정 대처를 예고했다. 증권사 직원이 라덕연씨(42) 등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증권업계에서 악재가 나오자 경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5일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국내외 27개 증권사 대표(CEO)들이 참여하는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증권사의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관행에 대해 ‘CEO의 책임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금감원 조사에서는 증권사들이 법인 고객들의 투자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채권 돌려막기’를 해왔던 것이 드러났다.
함 부원장은 “고객자산 관리·운용과 관련한 위법행위를 실무자의 일탈이나 불가피한 영업 관행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특히, 위험관리, 감사부서 등 어느 부서도 위법행위를 거르지 못했다면 이는 전사적인 내부통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자인 최고 경영진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매수 리포트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는 증권사의 리서치 관행도 지적했다. 함 부원장은 “3월부터 주요 증권사와 함께 운영중인 ‘리서치 관행 개선 TF’ 논의과정을 지켜본 결과 (증권사들이) 자성 없이 시장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또한, 애널리스트가 리서치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함에 따라 신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감원은 ‘매수 의견’ 리서치 결과를 발표한 후 주가가 오르자 보유하던 주식을 매도해 5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챙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함 부원장은 “리서치부서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예산배분, 공시방식 개선 및 독립리서치 제도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함 부원장은 증권사 직원이 라덕연씨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난 점도 언급했다. 라씨 등의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은 최근 H증권 부장 한모씨(53)의 연루 정황을 포착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함 부원장은 이에 대해 “증권사 직원의 주가조작 개입 혐의와 애널리스트 및 펀드매니저의 사익추구 등 불법행위까지 더해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 전반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관행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인센티브 체계를 재설계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자금중개 및 공급’이라는 증권사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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