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버거대로’ 되겠네”…300m 안에 美 3대 수제버거집 모인 이유 [푸드360]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버거를 먹으려면 강남을 가라’는 말이 업계의 공식이 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공을 들여 지난달 오픈한 파이브가이즈를 비롯한 유명 미국 수제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서울 강남지역으로 모이고 있어서다. 특히 다음달 SPC그룹의 쉐이크쉑이 파이브가이즈 강남점과 160m 거리를 둔 장소로 이동하게 되면서 미국 3대 수제버거로 불리는 쉐이크쉑·슈퍼두퍼·파이브가이즈(가나다 순)가 참전하는 ‘버거대전 2라운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PC는 지난 2016년 7월 22일 오픈한 ‘쉐이크쉑 한국 1호점’ 강남점을 기존 신논현역 인근에서 건너편인 파이즈가이즈 강남점 인근 삼영빌딩(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421)으로 8월에 이전하기로 했다. 옮긴 곳은 파이브가이즈 강남점이 입점한 주류성빌딩과 도보 2분(160m) 거리이며,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한가운데에 있다. 강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던 두 버거집은 이제 길을 건널 필요 없이 5분 내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상륙을 시작으로 수제버거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SPC가 매장 이동 등 더욱 적극적인 노출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버거가게가 서로 이렇게 가까워지는 이유는 해당 매장을 찾았다가 대기를 포기하거나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소비자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3개 버거 프래차이즈가 모두 300m 거리에 있게 돼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권도 넓어지게 됐다. A사가 공간의 한계로 놓친 소비자를 B사가 가져가는, 일종의 ‘반사이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6월 26일 오픈한 파이브가이즈 강남점은 1주일 만에 1만5000개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평균 2000여명이 방문하고 시간당 최대 200여개의 버거가 팔린 셈이다. 현장에서 온라인 줄서기를 신청할 경우 오전 6시부터 대기해야 해서 방문했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소비자도 속속 나오고 있다. SPC가 입점시점을 오는 8월로 결정하면서 이미 오픈한 파이브가이즈와 함께 소비자는 새 매장으로 단장한 두 프리미엄 수제버거의 가격·메뉴 등을 5분 거리에서 비교할 수 있게 됐다.
강남대로로 버거업계가 집중되는 배경으로는 이 지역이 식품업계의 테스트베드(test bed)이자 데뷔전을 치르는, 일종의 ‘출점 관문지’ 역할을 한다는 점이 꼽힌다. 강남역 인근은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유동인구가 하루 약 100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대표 상권이다. ‘오픈 예정’이라는 현수막만 달아도 일종의 광고·전시 효과가 생기는 곳이다.
6월 개장한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직접 나와 론칭행사를 챙길 만큼 애정을 내비친 브랜드다. 당시 김 본부장은 “강남역에 있는 많은 버거를 여러 번 먹어봤지만 경쟁 상대라고 느껴진 곳은 전혀 없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오픈한 슈퍼두퍼가 강남역을 시작으로 코엑스점(서울 강남구)·홍대점(서울 마포구)을 추가로 연 만큼 파이브가이즈도 1호점인 강남점의 ‘성적표’에 따라 추가 매장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버거업계가 모이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현재 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버거시장이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다만 국내에 입점하는 해외 버거의 가격대가 올라가고 있다. 강남대로에 있는 주요 수제버거 3사 중 파이브가이즈가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의 ‘베이컨치즈버거’는 1만7400원으로, 음료와 프라이즈를 포함하면 약 3만원에 달한다. 슈퍼두퍼의 대표 메뉴인 ‘슈퍼 더블버거’는 1만5900원, 쉐이크쉑의 ‘쉑 스택’도 1만4800원이나 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강남역 인근 강남대로는 ‘신당동 떡볶이거리’처럼 일종의 ‘버거거리(버거대로)’로 정체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역 인근에는 수제버거 이외에도 프랜차이즈 매장인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파파이스 등이 있다. 사실상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대부분의 버거집이 이곳에 모여 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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