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허브' 노리는 인도…투자금 몰리는 이유 봤더니
정부 지원금·인재 풀·내수 시장 등 매력적 '평가' 바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새로운 반도체 생산기지될지 주목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인도가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국면에서, 중국을 대신해 반도체 산업의 주요 기지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인도 정부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제시하자, 현지 생산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인도가 반도체 ‘변방’ 국가에서 산업의 한 축을 맡는 국가로 도약할 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의 미국 방문으로 인도 경제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금이 인도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최근 인도 서부의 구자라트주에 D램·낸드 등 메모리 조립·테스트 시설을 짓기로 합의했다. 오는 8월 착공해 내년 말 가동하는 이 공장 건설에는 총 27억5000만달러가 투입된다. 인도 중앙 정부가 전체 투자액의 50%를, 구자라트주가 20%를 파격 지원하며, 메모리 반도체 '빅3' 중 1곳의 투자 유치를 끌어냈다.
반도체 제조 장비 업계 1위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도 인도 벵갈루루에 4년간 4억달러를 투자해 엔지니어링 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국 램리서치도 인도에서 엔지니어 6만명을 양성하는 반도체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어 아날로그 반도체 전문기업 마이크로칩도 인도에 3억달러 규모의 장기 투자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마이크로칩은 벵갈루루와 첸나이에 있는 기존 시설과 하이데라바드 신규 R&D(연구개발) 센터에 투자를 진행한다.
정부 파격 지원에…글로벌 반도체 기업 '군침'
풍부한 IT 인력도 주목된다. 이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마이크론, 인텔 등이 인도에서 반도체 설계 활동을 수행하며 연간 2000개 이상의 칩을 설계하고 있다. 미국 공공정책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최근 발간한 '인도 반도체 준비도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인도는 대규모 집적회로(VLSI) 및 임베디드 시스템 설계 전문 분야에서 8만5000명의 우수한 자격을 갖춘 엔지니어를 양성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는 1000개 이상의 대학과 23개의 인도 공과대학(IIT)이 있다. 엔지니어들은 향후 5년 동안 120개 인도 교육 기관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의 교육을 받아 인도를 '반도체 인재 국가'로 만드는 인재 풀을 형성할 예정이다.
인도에서 소비자 가전, 통신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28나노미터 이상 성숙 공정에서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에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인도 반도체 시장은 2026년까지 시장 가치가 64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인구 14억명 이상으로, 탄탄한 내수 시장이 제조 기반을 구축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하는데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프라 부족 등 논란거리…中 대체 '미지수'
인도 내 취약한 인프라 환경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365일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전력과 물 확보는 필수적이다.
ITIF는 다만 "인도 연방 정부는 전력 안정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며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구자라트주의 돌레라(Dholera)와 카르나타카주의 미수루(Mysuru) 등 여러 지역에서도 최근 상하수도, 항만, 공항, 도로, 고속철도 인프라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인도의 설치 용량은 410GW(기가와트)로 현재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이며, 그 중 최소 172GW가 재생 에너지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후발주자인 인도가 기준을 높게 설정해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고 분석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대만, 일본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는 까다로운 산업을 인도 정부가 그대로 복제하려고 한다"고 평했다. 인도는 그동안 반도체 디자인 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면서 관련 역량을 쌓아왔는데, 전문 영역 바깥에 있는 제조까지 넘보고 있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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