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외출이 편해지겠어요”…서울시, 한강공원 등에 ‘가족화장실’ 확대[현장에서]

이성희 기자 2023. 7. 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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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겠다’
서울시, ‘1공원 1가족화장실’ 조성
양육자들 “가족화장실 더 늘어나길”
서울 여의도에 사는 이홍균씨가 지난달 27일 손녀와 함께 한강공원에 마련된 가족화장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성희 기자

“잘해놨네요. 세상이 변했잖아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이홍균씨(68)가 ‘가족화장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생후 11개월 손녀와 함께 산책을 나온 이씨는 유아차를 끌고 가족화장실 곳곳을 살펴봤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 기저귀를 갈고 대소변을 처리할 곳이 마땅치않고 (어른들이) 용변이 급할 때도 난감할 때가 있었는데 남녀 구분 없이 들어갈 수 있으니 좋다”며 “이런 화장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화장실은 남녀 구분 없이 자녀를 동반한 엄마와 아빠 등이 가족 단위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와 물품을 갖춘 화장실이다.

서울시는 이달까지 한강공원에 가족화장실을 11곳 설치하는 데 이어 올해 유아 동반 가족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에 가족화장실을 총 36곳 조성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인 ‘서울엄마아빠VIP존’의 일환으로 양육자의 편안한 외출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가족화장실은 입구부터 기존 화장실과 달랐다. 입구 양쪽에 경사로가 조성돼 있었으며 노란색 외벽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가족화장실 입구는 주황색으로 강조했는데, 주황색은 가족화장실을 알리는 스티커 색상이다.

화장실 내부는 영유아 가정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어른용 변기와 세면대는 물론 아이들 체형에 맞춘 변기와 키높이에 맞는 세면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토끼와 곰돌이 모양 거울이 비치돼 있다. 기저귀 교환대와 함께 아이들을 잠시 앉혀놓을 수 있는 접이식 영유아거치대도 마련돼있다.

공간도 넓어 아동과 양육자를 포함한 3~4명이 쾌적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유아차는 물론 아기 여러명을 태우는 웨건도 들어갈 수 있다. 장애인도 함께 이용하는 화장실인 만큼 변기와 세면대 옆에는 L형 손잡이와 상하이동식 손잡이 등도 갖추고 있다.

한강공원에 조성된 가족화장실에는 기저귀교환대는 물론 아이들 체형에 맞춘 변기와 키높이에 맞는 세면대, 토끼와 곰돌이 모양 거울이 비치돼 있었다. |서울시 제공

가족화장실이 필요하다는 데 시민들은 대부분 동의했다. 4살 딸을 키우는 정모씨(42)는 “아이와 성별이 다르다보니 단둘이 외출해 화장실을 이용할 때면 불편한 점이 많다”며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찮고 남자 화장실에 함께 가는 것도 불편해 외출 시에는 물도 잘 안 마시곤 했다”라고 말했다.

생후 28개월 딸을 키우는 워킹맘 우모씨(37)도 “일반 화장실의 경우 좁은 한칸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면 (아이가) 변기를 만지고 난리”라며 “어른 변기에 앉히려면 몸에 맞지 않으니 (내가) 잡고 있어야해 힘들다. 가족화장실이 있으면 무조건 그 곳으로 간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가족화장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북서울꿈의숲과 용산가족공원에도 지난 5월 가족화장실이 문을 열었다. 앞으로는 어린이대공원과 서울숲 등 서울시 직영 공원 25곳에 모두 가족화장실을 만들어 ‘1공원 1가족화장실’을 조성할 계획이다. 공공화장실 증축 및 신축할 때도 가족화장실을 조성하도록 제도화했다.

서울엄마아빠VIP존 조성 방향과 기본 구성요건을 구체화하기 위해 개발한 가이드라인에는 가족화장실 관련 내용이 들어있다. 가족화장실을 조성할 때는 ‘유아차·휠체어 회전 및 정차를 위한 1.5m x 1.5m 이상의 빈공간 확보’ ‘아동변기는 250~320㎜ 높이로 설치’ ‘아동 세면대는 수온으로 인한 화상·열상 방지 조치’ ‘접이식 기저귀교환대는 낙상 방지를 위한 안전벨트 설치’ 등이 필수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함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늘려달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앞으로도 공원, 수변공간, 공공시설 등을 중심으로 양육자들이 마음 편히 외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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