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잖아요” 시작된 하반기, 더 큰 꿈을 꾸는 최정

윤은용 기자 2023. 7. 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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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9단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2023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식 후 기자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은용 기자



오랫동안 한국 여자 바둑 최강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최정 9단(27)은 올해 들어 더욱 날이 선 기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사상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에 오른 여자 기사가 된 기세가 올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여자 기사 상대로는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남자 기사들과도 대등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2023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식이 끝난 뒤 만난 최정은 “올해는 이전과는 다르게 출전하지 않아도 되는 대회는 최대한 나가지 않는 쪽으로 조절을 해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물론 그래도 바쁘고 힘들긴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잘 쉬고 운동도 가끔씩 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에게 있어 지난 6월은 잊지 못할 한 달이었다. GS칼텍스배, 오청원배, 백암배, 닥터지배, IBK기업은행배 등 무려 5개 대회에서 4강에 올랐다. 이 중 성별, 연령, 단수 제한이 없는 종합기전이 2개(GS칼텍스배, 백암배)였고 여자기전이 3개였다. 백암배에서는 4강에서 탈락했지만 결승에 오른 닥터지배를 포함해 나머지 4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준우승으로 여자 기사의 한계를 보기좋게 뛰어넘은 최정은 6일 열리는 박진솔 9단과의 GS칼텍스배 4강전에서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국내 종합기전에서 결승에 올랐던 여자 기사는 루이나이웨이 9단 뿐이다. 루이나이웨이는 2000~2001년 국수전과 2001년 LG정유배(현 GS칼텍스배)에서 결승에 올랐다. 특히 도전기 방식인 2000년 43기 국수전에서는 도전자 결정전에서 이창호 9단, 도전기(결승)에서 조훈현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 때 우승이 국내 종합기전에서 여자 기사가 우승한 유일한 사례다.

최정은 박진솔만 넘어서면 루이나이웨이에 이어 두 번째, 한국 국적 여자 기사로는 최초로 국내 종합기전 결승에 오르는 기록을 쓴다. 최정을 향한 바둑 팬들의 기대감이 한껏 올라있는 상황이라 적잖이 부담도 되지만, 최정은 결승을 넘어 우승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하다. 최정은 “당연히 결승에 올라가고 싶다. 결승이 문제가 아니라 우승을 꼭 하고 싶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며 “삼성화재배는 본선을 매일 이어서 했기에 좀 부담도 있었는데, GS칼텍스배의 경우는 중간중간에 텀이 길어서 준비할 시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히 떨리거나 긴장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이기고 싶은 마음이 많이 커져 있는 상황이다. 아직 결승 진출을 확정한 상황은 아니지만, 내가 성적을 잘 내면 바둑 부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최고의 분위기로 상반기를 마친 최정은 이제 하반기에 접어들어 ‘수확’을 할 일만 남았다. GS칼텍스배는 시작일 뿐 6일부터 시작하는 여자바둑리그를 포함해 최정이 하반기에 소화해야 할 대회가 적잖다. 특히 9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나서는 것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최정은 “혼성 페어를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 없어진 것은 아쉽다. 그래도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이 밀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단체전에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세계대회들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는 느낌이 나는 계절인데, 이번에 가을이 오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지치지 않도록 몸관리부터 다시 한 번 신경쓰겠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에는 대국에서 질 때마다 심하게 자책했다는 최정은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자책하기에도 힘들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중요한 대국에서 당하는 패배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GS칼텍스배 4강도, 아시안게임도 그런 중요한 대국 중 하나인만큼 최정이 임하는 각오 또한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정에게 ‘저런 대국에서 패하면 얼마나 자책할 것 같나’라는 ‘우문’을 던졌더니 “그럴 일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최정의 놀라울 2023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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