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당 후보 “92공식 수용”…총통 선거 쟁점되나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의 총통 후보가 공개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92공식’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에 92공식 수용을 요구해 온 중국 정부는 곧바로 이에 호응하는 입장을 내놨다.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92공식 수용 여부가 하나의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5일 연합보 등 대만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총통 후보는 지난 3일 TVBS방송에 출연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92공식에는 반대하지만 헌법에 부합하는 92공식은 수용할 것”이라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92공식을 모독하는 것에는 더욱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92공식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표현은 양안(중국과 대만)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의 양안간 합의를 의미한다. 허우 후보가 국민당 총통 후보로 지명된 후 공개적으로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92공식 수용 여부는 차이 총통 집권 기간 내내 중국과의 갈등 소재였다. 차이 총통은 취임 이후 줄곧 공식적으로 92공식을 인정하지 않았고, 중국은 이를 대만이 92공식을 거부하며 독립을 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동안 대만에 92공식 수용을 압박해 온 중국은 허우 후보의 발언에 반색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지난 4일 허우 후보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언론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양안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2공식의 기초에서 신뢰를 쌓았고 평화 발전 국면을 공동으로 개척해 양안 동포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줬다”며 “(국민당 등 각 정당과)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며 양안 관계를 평화 발전의 궤도로 되돌리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국민당을 포함한 각 정당과의 교류·소통을 얘기했지만 이는 사실상 92공식을 인정하는 국민당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92공식 수용 여부는 내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하나의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만 내에서는 92공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높아 수용 여부가 어느 정당에 유불리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대만민의기금회가 지난 4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92공식의 핵심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7%로 동의한다는 응답(22.5%)보다 많았다.
이런 가운데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는 92공식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근 지지율이 허우 후보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후보도 TVBS 인터뷰에서 92공식에 대해 “내용이 표현보다 중요하며 명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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