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 사방 막힌 25평 시멘트 우리 벗어났다…"포효하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이가 들고 갈비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삐쩍 마른 채 좁고 열악한 실내 시멘트 우리에서 홀로 지냈던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 숫 사자.
그러나 부경동물원 사자에게는 좁디좁은 시멘트 우리가 세상 전부였다.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좋은 환경에서 마지막 생을 살도록 해주겠다며 환경이 좋은 동물원에 사자를 넘기는 결정을 했다.
20살 부경동물원 사자는 인간 나이로는 100살에 가깝다고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은 구경거리 아냐…동물원 종 보존 기능으로 역할 해야"
(김해=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나이가 들고 갈비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삐쩍 마른 채 좁고 열악한 실내 시멘트 우리에서 홀로 지냈던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 숫 사자.
사자는 아프리카 사바나(열대 초원) 뭇짐승의 왕이다.
그러나 부경동물원 사자에게는 좁디좁은 시멘트 우리가 세상 전부였다.
이 사자가 사방이 트이고 훨씬 넓은 야외 우리에서 무리와 함께 흙을 밟으면서 남은 생을 지내게 됐다.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인 동물은 우리나라 법으로는 물건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규정을 새로 담은 민법 개정안이 정치권 무관심에 국회에서 1년 넘게 잠자고 있다.
동물원 운영자 입장에서 사자는 사유재산과 마찬가지다.
최근 부경동물원 사자를 구해달라는 여론이 거세지는 등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좋은 환경에서 마지막 생을 살도록 해주겠다며 환경이 좋은 동물원에 사자를 넘기는 결정을 했다.
이 숫 사자를 돌보겠다고 나선 충북 청주동물원이 5일 사자를 청주동물원으로 이송했다.
이 사자는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다.
2013년 문을 연 부경동물원은 2016년 무렵 이 사자를 넘겨받았다.
7년여간 사람이 구경하도록 투명창을 설치한 쪽을 제외한 3면, 천장까지 막힌 비좁은 실내 시멘트 우리가 세상의 전부 인양 살았다.
사자가 살아온 우리는 가로 14m, 세로 6m로 겨우 25평 정도다.
20살 부경동물원 사자는 인간 나이로는 100살에 가깝다고 한다.
장맛비가 그친 이날 김해 낮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겼다.
습도까지 높아 가만히 있어도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무더웠다.
할아버지 사자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세심한 이송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청주동물원은 마취총을 사용해 고령의 사자를 잠들게 하는 방법 대신, 견고한 철제 케이지에 사자가 스스로 들어가게 하는 쪽을 시도했다.
평소 관람객들과 다른 분위기를 느낀 탓인지, 좀처럼 케이지에 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한 듯 좁은 우리를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등 안절부절못했다.
2시간여 시도 끝에 사람이 실내 우리 천장에 올라가 긴 대나무 막대기로 사자를 한쪽으로 몰아 케이지에 넣는 데 성공했다.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충북 청주동물원까지 거리는 대략 270㎞ 정도.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4시간 남짓 걸리는 장거리다.
청주동물원은 폭염에 사자가 탈진하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에어컨이 달린 무진동 냉장차를 사자 이송에 사용했다.
청주시가 운영하는 청주동물원은 여느 동물원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동물을 가둬 구경시키는 것보다 야생에서 구조한 동물을 치료하고, 훈련을 거쳐 자연에 방사하는 쪽을 중시한다.
동물을 동원한 공연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환경부 지원을 받아 생물자원보전시설을 새로 만들었다.
야생의 사자는 무리를 이루는 사회성이 있는 동물이다.
마침 청주동물원에 12살(암컷), 19살(수컷) 사자가 있어 무리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수의사)는 "부경동물원 사자를 청주동물원 사자와 마주보기가 가능한 칸에서 지내게 한 후 서로 익숙해지면 합사를 시킬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고립 생활을 한 부경동물원 사자가 친구들을 만나 여생을 편안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자 이송을 지켜본 동물애호단체는 동물원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사람과 똑같이 감정, 고통을 가진 동물은 가둬놓고 구경하는, 인간을 위한 오락거리가 아니다"며 "멸종위기종 등 위험에 처하고 사라질 위기인 종을 보존하는 쪽으로 동물원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ama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모르는 20대 여성 따라가 "성매매하자"…60대 징역 1년 | 연합뉴스
- "창문 다 깨!" 31년차 베테랑 구조팀장 판단이 52명 생명 구했다 | 연합뉴스
- 中대학생 '교내 묻지마 칼부림'에 25명 사상…"실습공장서 착취" | 연합뉴스
- 경찰, '동덕여대 건물 침입' 20대 남성 2명 입건 | 연합뉴스
- 패혈증 환자에 장염약 줬다가 사망…의사 대법서 무죄 | 연합뉴스
- [샷!]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 | 연합뉴스
- 아이돌 수능 고사장 들이닥친 대포카메라…경찰 출동까지 | 연합뉴스
- '아웅산 테러' 마지막 생존자…최재욱 전 환경부 장관 별세(종합2보) | 연합뉴스
- 태국 남성, 개 4마리 입양해 잡아먹어…유죄판결시 최대 징역2년 | 연합뉴스
- '흑백요리사'로 불붙은 요리예능 열풍…방송가 점령하는 셰프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