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 60%에 철근 없었다(종합)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8월초 정밀진단결과 발표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는 설계 단계부터 감리·시공까지 총체적 부실이 초래한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단계에서 지하주차장이 하중을 견디는 데 필요한 철근(전단보강근)을 빠뜨린 상황에서 설계·시공상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까다롭게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시공사인 GS건설은 그나마도 부실한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고 철근을 추가로 누락한 데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저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해 부실을 키웠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이번 사고와 관련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및 사고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철근 빠졌는데 콘크리트 강도도 부족
해당 아파트 발주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며,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조사 결과 공사는 첫 단계인 설계부터 잘못됐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지하주차장에 세워지는 기둥 전체(32개)에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는 철근이 필요했다.
그러나 설계상 철근은 17개 기둥에만 적용됐다.
감리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아파트 설계는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공동수급체가, 감리는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 공동수급체가 맡았다.
설계 단계에서 이미 필요한 철근이 누락된 가운데 시공 단계에서 철근은 추가로 빠졌다.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탓이다.
사고조사위가 기둥 32개 중 붕괴로 인해 확인이 불가능한 기둥을 제외한 8개를 조사한 결과, 4개의 기둥에서 설계서에서 넣으라고 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지하주차장 기둥 32개 전부에 철근 보강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 19개(60%) 기둥에 철근이 빠진 것이다.
여기에 사고 부위의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고 부위 콘크리트의 강도 시험을 한 결과, 설계 기준 강도(24MPa)보다 30%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의 85% 이상이어야 한다.
조사 결과 레미콘 품질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양생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은 "싱싱한 물고기를 갖고 와도 요리사가 잘못 요리하면 상한 요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콘크리트 양생과 타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위에 조경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설계보다 토사를 더 많이 쌓으며 하중이 더해진 것도 원인이 됐다. 설계에는 토사를 1.1m 높이로 쌓게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최대 2.1m를 쌓았다.
홍 위원장은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저항력이 굉장히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작용하고, 거기에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해 붕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면 재시공 여부 주목…8월초 정밀진단결과 발표
사고조사위는 붕괴의 직접적 원인을 철근 누락으로 지목했다.
전단보강근이 모두 있었다면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재발 방지 대책으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 건축물에 포함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장 콘크리트 양생 품질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관심이 모이는 것은 GS건설이 해야 할 재시공 범위다.
현재 LH는 한국건축학회에 의뢰해 검단아파트 건설현장 전체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진단 결과가 8월 초에 나오면 붕괴가 일어난 지하주차장만 재시공할 것인지, 아파트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일부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GS건설은 이번 사고에 책임을 지고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GS건설에 대한 처분 역시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온 이후인 8월 중 결정된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GS건설이 맡은 83개 건설현장에 대한 확인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 시공, 감리 어느 한 곳이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파트 지상부에는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니, 조사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국민들 앞에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붕괴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고지점 시공팀 12개 중 4개 팀의 팀장이 팀원 임금을 일괄 수령한 뒤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임의로 배분한 사례가 있다"며 "불법 하도급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수사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발주처와 시공사의 책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 건설현장에는 시공사가 자체 시공 노하우를 설계에 반영해 책임지고 시공하는 형태인 시공책임형 CM(건설사업관리) 방식이 적용됐다.
다만 사업관리용역 내역을 보면 설계서 검토 및 제안과 대안 제시 등은 발주처인 LH와 시공사 GS건설이 공동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김규철 정책관은 "설계서에 대한 승인 부분도 발주처에서 최종적으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에 어느 주체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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