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산불 '정부 vs 한전' 구상권 소송…1심 '한전 승소'
"한전, 정부·강원도·고성·속초에 총 60억여원 지급하라" 판결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19년 4월 강원 고성산불 피해 당시 정부가 이재민에게 지원한 재난지원금 등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간 다툼에서 법원이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춘천지법 민사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5일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반대로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비용상환청구 소송에서 한전(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2021년 정부가 구상권(제3자가 채무를 대신 갚아준 뒤 원 채무자에게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청구방침을 밝히자 한전이 300억원 규모의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선제적으로 제기한 소송이다.
이에 정부 역시 방침대로 한전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반소(맞소송)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전신주 하자와 이재민들의 손해 사이에는 타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므로 한전이 재해구호법과 재난안전법상 '원인 제공자'에 해당하는 점을 전제한 뒤 이 사건의 쟁점이 된 '비용상환 의무 범위와 책임'을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령상 재난지원금 또는 구호비용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들은 제외돼야 한다며 자원봉사자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비용상환 범위에서 제외했다.
한전이 이재민에게 지급한 보상금과 중복해서 정부가 지급한 비용도 뺐다. 다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과 생활 안정지원금 등 생계비 부분은 적법한 지원이라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비용상환 책임의 제한'에 관해서는 "사고 발생 경위, 피해배상의 정도, 재난구호 지원 내용과 그로 인해서 피해자들의 경제적 이익 취득 여부 등을 종합해서 그 비용에 대한 구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교육비나 임시주거시설 설치 비용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띠거나 임시주거시설은 사용 종료 후에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되는 관계 등을 고려해 비용상환 청구 대상에서 제한했다.
재판부는 비용상환 의무 범위에서 제외하거나 책임을 제한한 항목을 제외한 잔존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한전이 산불 발생 이후 자체적으로 손해사정을 실시한 뒤 피해보상금 약 562억원을 지급한 사정 등을 종합해 비용상환 책임을 20%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한전이 정부에 28억여원을, 강원도에 15억여원을, 고성군에 13억여원을, 속초시에 3억여원 등 6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2019년 12월 31일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해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는 한전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금액의 60%(임야·분묘 40%)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행안부가 관련법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전은 구상권 청구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지자 피해보상 문제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4·4산불비상대책위가 한전을 상대로 낸 2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한전이 이재민들에게 87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피해보상 문제는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상태다.
한전에 따르면 이재민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피해보상금 1천39억원 중 지급이 완료된 금액은 628억원이다.
한전은 정부가 구상권 청구 계획을 밝히자 이중 변제 문제로 인해 구상유보금 351억원(정부 242억원·보험사 109억원)을 설정했다.
한전은 또 일부 피해민들이 구상권 문제 해결 후 유보금과 함께 보상금을 받기를 원함에 따라 60억원을 미지급액으로 남겨두고 있다.
한전은 구상권 소송으로 인해 이재민들에게 지급을 중단하고 구상유보금으로 묶어뒀던 242억원에 대해 이번 소송의 항소 여부와 법리적 검토, 이재민들과의 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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