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00만원 받습니다”...‘신의 직장’ 명성 되찾은 파일럿

김희수 기자(heat@mk.co.kr) 2023. 7. 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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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 기지개 켜는 ‘파일럿’
“미국행 3번에 2000만원”
팬데믹 당시엔 배달 알바하기도
채용 시장 다시 열리면서 재인기
출장 많아 가정 소홀한 점은 문제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 앞에서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걸어오고 있다. <대한항공>
코로나19로 위축됐던 항공업계가 제자리를 찾으며 조종사 노동시장도 회복세에 있다. 팬데믹 기간 무급휴가로 생계의 위협을 겪던 조종사가 다시금 직업적 인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5일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지난 3월 재채용이 확정된 퇴직 조종사 53명의 훈련이 오는 9월 국제선 재개를 앞두고 순차적으로 진행중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계속된 운항정지 기간 동안 100명 이상의 조종사를 해고 등으로 정리한 바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조종사는 이스타항공 외에도 상당수다. 이들은 무급휴가 또는 무직 기간에 배달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코로나19 불황 이전만 해도 항공기 조종사는 높은 직업 선호도를 자랑했다. 우선 전문직 안 부러운 많은 연봉을 받았다. 세계 공통의 기술이므로 업계가 호황을 겪던 몇년 전만 해도 중국 등 외항사에서 연봉 두 배 인상을 조건으로 모셔가기도 했다.

국적사의 임금도 적은 편이 아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달에 장거리 비행 서너번이면 업무 할당을 충족한다”며 “기장의 경우 월 실수령액이 200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기술 발전으로 수월해진 업무환경도 높은 선호의 이유로 꼽힌다. 자동 운항 기능이 발전돼 이·착륙 등 중요 과정을 제외하면 인간 조종사의 개입이 불필요해졌다. 첨단화로 인적자원 소요가 줄어든 셈이다. 과거에도 기술 발전으로 대형기 조종석에 파일럿과 동석하던 항공기관사 자리가 사라진 바 있다. 이처럼 파일럿의 임무도 안전 책임을 제외하면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항공사 직원 중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내던지고 파일럿에 도전하기도 한다. 미국의 민간 항공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국적사 조종사 채용에 지원하는 식이다. 기간은 1년 6개월에서 2년 가량, 비용은 2억원 가량 소요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음에도 과감히 미국으로 떠난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출장이 많아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적은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항공운항 과정을 수료한 한 졸업생은 “교수님 상당수가 이혼 가정으로 알고 있다”며 “직업 특성상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은 것이 파일럿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당분간 조종사 채용시장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줄였던 비행기 수를 다시 늘리는 과정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외국의 경우 조종사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몇년 간 준비생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이 파일럿 취직 도전의 좋은 시기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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