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서 고생했는데 출연료 0원... '무보수 출연' 왜 할까

양승준 2023. 7. 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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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32) MBC 아나운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의 게임' 시즌2 촬영을 위해 지난 1월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했다.

5일 MBC 관계자에 따르면, 아나운서 등 직원은 출연한 프로그램이 자사 채널로 공개됐을 때 출연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MBC에 편성된 '피의 게임' 시즌1에 그가 출연해 받은 출연료는 회당 약 4만 원.

드라마에서 회당 수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그가 무보수 출연을 택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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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MBC 아나운서 '피의 게임' 시즌2 출연료 방송사서 못 받은 사연 
TV 편성 안 되고 OTT로만 서비스된 탓 
톱스타들은 '출연료 0원' 전략적 활용... 송중기 '화란'으로 제작자 이름 올리고 '건달' 변신 
"출연료 대신 무대에 신경 써 달라" 열악한 제작 환경 그늘도
박지민 MBC 아나운서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숲에서 진행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의 게임' 시즌2 촬영 도중 쏟아지는 햇볕을 두 손으로 가리며 미션 고지를 듣고 있다. 웨이브 영상 캡처

박지민(32) MBC 아나운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의 게임' 시즌2 촬영을 위해 지난 1월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했다. 무더위에 샤워도 제대로 못 하는 야생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고생하며 촬영했지만 그는 정작 MBC에서 돈 한 푼 받지 못했다. MBC에서 공동 제작하는 콘텐츠라 출연했지만 정작 시즌2가 MBC를 통해 방송되지 않은 탓이다.

5일 MBC 관계자에 따르면, 아나운서 등 직원은 출연한 프로그램이 자사 채널로 공개됐을 때 출연료를 받을 수 있다. '피의 게임' 시즌2가 MBC에 편성되지 않아 박 아나운서는 발리까지 건너가 '무보수 노동'을 하고 돌아온 셈이다. 지난해 MBC에 편성된 '피의 게임' 시즌1에 그가 출연해 받은 출연료는 회당 약 4만 원. KBS, SBS 등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받는 드라마·예능 출연료는 회당 1만~4만 원으로 tvN 간판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오는 비연예인 출연료 100만 원의 25분의 1 정도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직장인으로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 터라 취업준비생들이 강요받는 '열정페이'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박 아나운서 같은 이들이 방송 이력이 전무한 '일반인'보다 턱없이 낮은 '몸값'을 받고도 예능 외출에 나서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해당 일이 업무의 연장선이면서도 프리랜서 등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활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 송중기가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칸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K콘텐츠 시장에서 톱스타들은 새 활로를 찾기 위해 무보수 노동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송중기는 영화 '화란'에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대신 공동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송중기는 "제작에 관심이 많았고 (제작) 일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란'에서 송중기 하면 떠오르는 매끄러운 이미지를 확 지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 영화에서 한쪽 귀에 흉측한 흉터를 지닌 '건달'로 등장한다. 송중기는 "시나리오를 읽고 '돈 받지 않아도 이 영화 할래'"라며 이 영화에 욕심을 냈다. 그는 '화란'으로 생애 처음 프랑스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지난 5월 레드카펫도 밟았다. 드라마에서 회당 수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그가 무보수 출연을 택한 배경이다.

가수 나훈아가 2020년 추석 때 특집으로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노래하고 있다. KBS 방송 캡처
가수 임영웅이 2021년 방송된 '위 아 히어로 임영웅'에서 노래하고 있다. KBS 방송 캡처

하지만 낭만적으로까지 비치는 무보수 출연은 사실 열악한 콘텐츠 제작 환경 탓이기도 하다. 나훈아와 임영웅은 모두 KBS 특집쇼의 출연료를 고사했다. 출연료 대신 무대 준비 등에 더 신경 써 달라는 게 두 가수 측의 주문이었다. 한 K팝 기획사 관계자는 "가수들이 출연료를 받지 않거나 혹은 사비를 털어 방송사 무대를 꾸리는 사례들이 잇따르는 건 방송사의 무대 구성 및 연출이 요즘 관객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공연을 좀 더 완성도 있게 꾸리기 위해 가수들이 때론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출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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