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비정규직 상대로 '보도자료' 대응한 광주MBC 왜곡논란
[팩트체크] 반박자료 내 '무늬만 프리' 아나운서 노동자성 부인
노동청·노동위 통지서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판시 수두룩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광주MBC가 자사 '무늬만 프리랜서'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들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반박 자료를 배포하고 나선 가운데 광주MBC 해명이 논란을 낳고 있다. 광주MBC는 노동행정기관 진정 결과 자사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노동자성이 부인됐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실상은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광주MBC는 지난달 28일 광주 남구 월산동 광주MBC 사옥 앞에서 '일상조차 빼앗는 광주MBC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직후 뉴스통신사와 전국·지역일간지, 미디어지 등 언론사에 보도자료 이메일을 보냈다. 광주MBC는 “김동우씨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프리랜서가 아니라는 주장”을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최근 광주MBC에선 비정규직·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 판단과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최소 7년, 길게는 16년간 일해온 방송 노동자들이 '위장 프리랜서·위장도급'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중 김동우(가명) 광주MBC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로 위장됐지만 광주MBC 업무 지시에 따라 노동자로 6년간 일해왔다며 2021년 문제 제기에 나섰다. 광주청년유니온 등 노동·시민·언론단체는 기자회견에서 광주MBC가 김 아나운서와 근로계약을 거부하면서 '프리랜서 업무 공간'을 따로 마련해 배치한 것이 불이익 조치라며 비판했다.
광주MBC는 보도자료에서 “김동우씨가 프리랜서가 아니라는 주장”을 언급하며 “광주MBC의 위반 사실이 없음이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김씨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며 일방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우씨가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각각 제기한 연차수당 지급 진정 사건과 차별시정 진정 사건에서 감독관청에서는 광주MBC의 '위반 없음'으로 판결하고 행정 종결하거나 각하 처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와 노동행정기관 모두 김 아나운서의 근로자 지위를 부인하는 판단을 내놨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광주MBC 측 해명과 달리 노동청과 노동위 모두 김 아나운서에 대해 '프리랜서라고 볼 수 없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못 박는 판단을 내놨다.
광주노동청은 지난해 8월 김 아나운서가 광주MBC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및 연차수당 미지급 진정에 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정하는 한편, 연차수당에 대해서는 행정종결 판단했다.
광주노동청은 김 아나운서의 노동자성 근거로 번호를 붙여가며 8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김 아나운서가 해온 아나운서 업무 자체가 일부만 떼어내 독립적 프리랜서에 맡길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봤다. “김 아나운서가 수행한 TV·라디오 앵커와 뉴스 등 방송 진행, 내레이션 등 업무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다양한 스태프와 함께 유기적으로 결합해 수행하는 것으로 일부만 따로 떼어내 이를 독립된 사업자에 업무 위탁할 성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노동청은 “제작 PD와 보직자, 스태프 등과 여러 단계의 제작과 협업 과정을 거치는 등 광주MBC의 요청에 대한 지원과 협조를 넘어서는 지휘 감독을 받았다”고도 했다. 김 아나운서에게 프리랜서와 같은 자율성은 주어지지 않았다. 광주MBC 방송 진행을 위해 임의로 근무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없었고, 광주MBC 장비와 분장, 의상을 제공 받았다.
광주노동청은 김 아나운서가 정규직 아나운서와 같은 장소에 책상과 컴퓨터를 제공 받았고, 정규직 아나운서와 서로 대타로 투입돼 근무한 점도 언급했다. 광주노동청은 “진정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광주MBC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했다.
한편 광주노동청은 광주MBC가 김 아나운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데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연차수당 미지급에 대해선 '법 위반 없음' 판단했다. 광주MBC는 노동자성 판단이 아닌 연차수당 미지급 관련 판단을 가지고 '김 아나운서의 진정이 기각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노동위는 “기간의 정함 없는 근로자” 못박아
전남지노위는 지난 1월 41쪽에 달하는 판정서에 김 아나운서가 “광주MBC에 전속된 아나운서”이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고 못 박았다. 김 아나운서는 '기간제 차별시정 신청'을 제기했는데 전남 지노위가 오히려 그를 '기간제가 아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고 판정하면서 사건을 기각 판정한 것이다.
김 아나운서를 대리한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노동자성 인정 판정이 예견됐다며 “노동자성을 재차 인정받음과 동시에, 회사가 해마다 1년짜리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시키며 정규직과 차별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진정했다”고 설명했다.
판정서는 광주MBC가 김 아나운서의 업무를 정하고 지휘 감독한 사실을 낱낱이 분석했다. 광주MBC는 김 아나운서가 사측의 진행 문의를 수락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됐다고 주장했으나 지노위는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근로자가 프로그램 진행 여부를 수락하지 않은 자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상 광주MBC 측 관리자인 제작PD와 국장, 부장이 먼저 프로그램 진행을 요구한 데다 김 아나운서가 사전에 프로그램을 선택하거나 출연료를 책정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판정서에 따르면, 김 아나운서는 정규직 아나운서와 다름없이 당직근무를 선 데다, 별도 보수 없이 오디오 더빙 업무를 하고, 분장 물품 재고 파악과 관리도 전담했다. 또 정규직 아나운서와 김 아나운서가 서로 대체근무도 했다. 전남지노위는 김 아나운서가 '무늬만 프리랜서' 관행에 대해 법적 다툼을 제기한 뒤 광주MBC가 그의 근무시간과 급여를 급격히 줄인 점도 언급했다.
전남지노위는 “이 사건 사용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자를 진정한 프리랜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회사에 전속된 아나운서”라며 “김 아나운서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음은 물론”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김 아나운서가 기간제법에 따라 입사일(2016년 4월25일)부터 2년이 초과된 시점인 2018년 4월25일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아나운서 측은 이 같은 판정을 토대로 광주MBC를 상대로 근로계약서 미작성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광주MBC 측은 보도자료가 핵심 사실을 누락하거나 왜곡했다는 지적에 대해 “회사 입장을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철 광주MBC 콘텐츠본부장은 “(결과 통지서와 판정문에 나온) 문구는 확인했다”면서도 “연차수당 진정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행정 종결됐고, 차별시정 신청도 각하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이 본부장은 “김씨는 근로자로 인정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법적 검토를 통해 따져볼 이유가 있다”며 “근로계약서 미작성 추가 진정을 다툴 일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은성 노무사는 “광주노동청과 전남지노위 판정은 김 아나운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광주MBC가 이를 받아들이고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내면서까지 적극 진실을 호도하는 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사 전속 아나운서 업무는 방송산업 특성상 도급을 맡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다른 많은 방송 노동도 마찬가지”라며 “이 점에 비춰 광주MBC의 이번 대응은 다른 방송 노동자들이 권리 구제에 나서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는 꼼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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