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추락한 명문팀 KIA·삼성, 벼랑 끝서 트레이드
삼성은 불펜 투수 여의치 않자 내야수 류지혁으로 급선회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코너에 몰린 '전통의 명문 팀'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가 주전급 선수 맞트레이드로 분위기 쇄신을 노린다.
두 구단은 5일 삼성에서 뛰던 포수 김태군(33)과 KIA에서 뛰던 내야수 류지혁(29)을 맞교환했다고 발표했다.
두 선수의 트레이드는 삼성 박진만 감독과 KIA 김종국 감독의 논의로 시작됐다.
삼성 관계자는 "두 감독이 최근 트레이드에 관한 의견을 나눴고, 카드를 확정해 프런트에 요청했다"며 "검토 과정을 거쳐 5일 오전에 결정했다"고 전했다.
KIA는 지난겨울부터 김태군 영입을 추진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을 놓치면서 안방 전력에 큰 큼이 갔고, 강민호 등 주전급 포수를 거느린 삼성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급할 필요가 없었던 삼성은 서두르지 않았다. 강민호, 김태군, 김재성 세 명의 포수로 2023시즌을 시작했다.
트레이드 논의는 삼성이 최하위로 추락한 6월 들어 다시 불붙었다.
삼성은 지난 4월 불펜이 무너지자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로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을 내주고 구원 투수 김태훈을 영입했다.
트레이드 효과는 미미했다. 키움에서 잘 던지던 김태훈은 제구 난조에 시달렸고,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원석의 빈자리가 커졌다.
삼성은 20대 초반 유망주로 내야진을 짰으나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치명적인 수비 실수가 줄줄이 이어졌다.
3루수 김영웅, 2루수 김지찬은 극심한 수비 불안으로 1군에서 짐을 싸기도 했다.
내야의 구멍은 마운드마저 흔들었다. 삼성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삼성은 당초 KIA에 핵심 불펜 투수를 요청했으나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KIA는 만능 내야수 류지혁을 카드로 내밀었다. 류지혁은 1루, 2루, 3루, 유격수 등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
특히 지난 달 중순까지는 3할대 타율을 유지하는 등 남다른 타격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공수의 핵심이 필요했던 박진만 감독이 류지혁 카드를 수락하면서 트레이드는 성사됐다.
KIA도 고민이 없던 건 아니었다.
김태군은 2023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는다. 그는 두 번째 FA라서 B등급 선수로 분류돼 영입하려는 팀들의 부담이 적다.
사실상 김태군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반년뿐이다. 시즌이 끝난 뒤엔 김태군과 계약에 다시 힘을 쏟아야 한다.
KIA는 작년 4월 키움에서 뛰던 예비 FA 박동원을 영입했으나 시즌이 끝난 뒤 박동원이 LG와 FA 계약한 바람에 낭패를 봤다.
KIA는 박동원을 반시즌 동안 쓴 대가로 현금 10억원과 2023년 신인 지명권을 잃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KIA 관계자는 "예비 FA 포수를 2년 연속 영입하는 것을 두고 신중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KIA가 누릴 김태군 이적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승택(0.136), 신범수(0.095) 등 포수들의 도루 저지율이 매우 낮은 데다 타선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과 달리 김태군은 올 시즌 도루 저지율 0.267, 지난 시즌 0.462를 기록하는 등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타석에서도 강민호가 포수 미트를 끼는 경기에 지명타자로 나설 정도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타율은 0.256, 지난 시즌 타율은 0.298이다.
삼성과 KIA는 트레이드로 전력 강화 못지않게 팀 분위기 수습도 기대한다.
삼성은 4일 현재 28승 46패 승률 0.378로 최하위, KIA는 30승 1무 38패 승률 0.441로 9위에 머물러있다.
KIA는 해태 타이거즈 시절을 포함해 11차례, 삼성은 8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 횟수 1, 2위를 달리는 KBO리그 대표 명문 구단이다.
그러나 올 시즌엔 최악의 전력난 속에 꼴찌를 다투는 신세가 돼 양 팀 선수단이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과감한 트레이드를 결단한 배경이기도 하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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