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시민단체 타깃된 언론재단? 내부에선 "갈라치기" 우려

윤수현 기자 2023. 7. 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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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지적 후 여당 비판성명… 이사장·직원 검찰 고발까지 이어져
언론재단 직원들 "범죄자처럼 매도"… "기획" 이야기 나오기도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이 언론인 해외연수 사업은 물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지시로 시작된 정부광고지표 조사까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재단 이사장과 정부광고지표 담당 직원은 시민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언론재단 직원이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언론사에 관련 제보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내홍까지 불거질 조짐이다.

내부에선 재단이 보수 시민단체와 보수언론의 타깃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최근 여당의 언론재단 비판 한 축에는 '신전대협'이라는 보수 시민단체가 있다. 보수 시민단체가 언론재단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면 보수언론이 이를 받아쓰고, 여당이 비판 성명을 발표하며 여론전에 나서는 식이다.

▲왼쪽은 신전대협의 범기영 KBS 앵커 해외연수 선발 비판 게시물. 오른쪽 상단은 트루스가디언 정부광고지표 조작 의혹 보도. 오른쪽 하단은 신전대협이 배포한 정부광고지표 조작 의혹 관련 설명자료.

시작은 범기영 KBS 기자 해외연수 취소 사건이다. 신전대협은 4월11일 성명을 내고 범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 방일 환영 행사를 중계하면서 “일장기를 향해서 윤 대통령이 경례하는 모습을 봤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범 기자가 오보를 냈음에도 언론재단 지원을 받아 해외연수를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보수언론이 발을 맞췄다. 네이버 검색 기준 신전대협 성명을 가장 먼저 기사화한 언론사는 펜앤드마이크다. 이후 한국경제·아시아투데이·파이낸셜뉴스 기사가 이어졌고, 다음날인 4월12일 오전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공개석상에서 언론재단을 비판했다. 같은 시간 언론재단은 범 기자 해외연수 선발을 취소했다. 언론재단이 오보를 이유로 해외연수자 선발을 취소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최근 불거진 '정부광고지표 조작 논란'이 확산된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이 만든 언론사 '트루스가디언'이 그 시작이었다. 트루스가디언은 지난달 27일 '언론재단 관계자' 제보를 근거로 언론재단이 열독률 조사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전 센터장 A씨가 열독률 조사를 조작해 언론사 광고단가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트루스가디언은 언론재단이 정한 '신문사 1면 광고단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신전대협이 표완수 이사장과 A씨를 업무방해죄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번 논란에선 여당뿐 아니라 정부도 나섰다. 국민의힘의 비판 성명이 나오자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광고지표 운영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의 경위 조사가 미진할 경우 감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광고지표 실무는 언론재단이 담당했지만, 최종 책임 부처는 문체부다. 새 정부광고지표를 발표한 사람도 문체부 장관이었다. 문체부가 정부광고지표 논란에 대한 책임을 언론재단에 넘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언론재단 내부에서도 내홍이 불거졌다. 트루스가디언 제보 때문에 이사장과 직원이 검찰 고발을 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언론재단은 28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언론중재위원회에 트루스가디언 보도 조정신청 및 민·형사상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 입장문은 일부 기자들에게만 배포됐다. 언론재단이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게재했지만 모 본부장이 반발하면서 홈페이지에서 내려갔다는 후문이다. 언론재단은 지금까지도 입장문을 대외 공표하지 않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오늘

연이은 비판 성명-고발에 언론재단 직원들 내홍

일련의 사건에 대해 언론재단 내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언론재단 직원 B씨는 “정부광고지표는 문체부와 함께 협의해서 만든 것인데, 문체부와 갈라치기가 됐고 내부 직원들끼리도 갈라치기됐다”며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B씨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트루스가디언에 대한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 민형사상 조치도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언론재단 직원 C씨는 “많은 직원들이 수사선상에 올라가게 됐다”며 “직원들 사이에선 '기획'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외부에선 언론재단을 마치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아가는데, 우리가 왜 특정 언론사의 점수를 내리고 올리겠는가.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범죄자처럼 매도돼서 화가 많이 난 상황”이라고 했다.

언론재단 노동조합도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문제를 키우는 내부 직원들을 향해 경고했다. 재단 노조는 “회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에 조합원들의 불안과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며 “해사 행위를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조합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새로 임명된 본부장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B씨는 “(이전 정권 교체기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상임이사가 새로 임명된 뒤 이 같은 일이 불거진 것 같다”고 했다. 재단 노조는 “(트루스가디언의) 최초 왜곡 보도 이후 잘못된 사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담당 임원은 적극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지 않는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담당 임원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이다.

신전대협 측은 미디어오늘에 “언론재단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판단해서 지적하고 고발한건데 언론재단이 두 번 중복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전대협 측은 “우리가 움직이면 감사하게도 많은 언론이 기사를 쓰는 편이다. (기사화가)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데 이번처럼 이슈가 되면 정당 쪽에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재단 이사장·직원 고발에 나선 이유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봤다. 국민, 언론계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보고, 명확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고발까지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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