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통기한 일주일 지난 닭고기를...어린이집 원장 업무배제
아이들은 “무섭다”며 등원 거부
직원 8명 중 6명 퇴사 2명 휴직
원장 “수사 적극 협조하겠다”
최근 세종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집단 퇴사하며 부실 급식 의혹을 폭로하는 등 유사한 문제가 잇따르고 있어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부경찰서는 A구립어린이집에 대한 아동학대 진정서를 접수해 조사에 나섰다. A구립어린이집의 원장 B씨는 보육교직원의 폭로로 지난 1월 조리사에게 유통기한이 일주일이 지난 닭고기를 아이들에게 먹이라고 지시하는 등 각종 학대를 이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원장이 아이들을 거칠게 훈육하는 모습이 관계자들에게 목격되거나 영유아 앞에서 교직원과 언성을 높여 싸우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B씨와 보육교직원 2명은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일부 자녀들이 두려움을 호소하며 등원을 거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구립어린이집 학부모회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매일 식자재를 새로 납품받지만 당시 원장은 남은 닭고기가 아깝다는 이유로 조리사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닭을 재료로 쓰라고 시켰다”며 “조리사가 쓰지 않자 해당 닭고기로 닭볶음탕을 만들어 다음 날 보육교사들에게 먹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B씨는 지난 2월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를 보관하다가 구청에 적발돼 시정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A어린이집은 회계부정 의혹에도 휩싸인 상태다. 관할구청 관계자는 “A어린이집에 대한 부정회계 신고가 들어와 원장 취임 이후 모든 자료를 검토하고 현장 점검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B씨의 갑질에 시달린 조리사 등 보육교직원 전원이 원장의 취임 1년만에 모두 업무를 그만두는 ‘집단 퇴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B씨가 부임할 당시 재직하던 보육교직원 8명 가운데 현재 6명이 퇴사했고 2명은 중도 휴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어린이집 학부모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3월 새 학기에 들어서면서 작년에 어린이집에 있던 담임교사, 보조교사, 연장교사, 조리사 등 원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바뀌었다”며 “원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이어와 다들 그만두고 횡포를 학부모에게 알린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지난 22일에는 A구립어린이집 학부모회가 영아 방임, 아동 학대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A구립어린이집 학부모회의 문제 제기로 지난 3월에는 구청장이 직접 어린이집을 방문하기도 했으나 대책이 나오지 않자 학부모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당시 간담회에는 지역구 국회의까지 참여했다.
원장 B씨는 매일경제가 해당 사건에 관해 묻자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일부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운영을 두고 빚어지는 갈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A구립유치원 재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미 처분까지 받고 끝난 일을 갖고 계속해서 분란을 만드는 학부모운영위원회 측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학부모도 있다”며 “오히려 그 사람들이 만드는 논란 때문에 어린이집을 옮기는 학부모들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종시 등 전국의 국공립어린이집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어린이집 확충에만 급급하고 관리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어린이집과는 달리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은 호봉에 따라 월급을 받기 때문에 경영 태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간어린이집보다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은 급여 등 근로 여건도 상대적으로 좋아 원장이 해고를 빌미로 교사에게 횡포를 부리는 일도 다반사다.
함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은 큰 문제가 없는 한 5년 단위로 위탁 연장을 하면서 월급을 받을 수 있어 아이들한테 좋은 교육환경을 주거나 보육교사들에게 좋은 처우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며 “시장에서 경쟁하는 민간어린이집보다 갑질 등 각종 문제에 취약한 것이 국공립어린이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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