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혁의 이슈분석] 충격 5위! 반성없는 정선민호 & 농구협회 & WKBL. 아시안게임도 암울하다

류동혁 2023. 7. 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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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대표팀 코칭스태프. 사진제공=W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결국 스리 슬쩍 넘어가는 모양새다. '정선민호'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충격적 5위였다.

2023 국제농구연맹 여자 아시아컵에서 5위에 그쳤다. 4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최종예선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파리 올림픽행은 좌절됐다.

정선민 감독은 지난 3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뉴질랜드전에서 패하면서 플랜이 꼬였다. 감독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수들이 최고 컨디션으로 대회를 치른 것은 아니었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하고 싶다. 올림픽 최종예선에 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지만, 부상자 없이 돌아온 것은 고맙다"고 했다.

뭔가 빠져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대책은 뭔지가 여전히 없다. 정선민 감독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농구협회, WKBL도 마찬가지다.

여자농구 대부분 관계자들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걱정된다"고 했다. 지금같은 경기력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바스켓 퀸의 착각

2020년 도쿄올림픽,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가 한시적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에도 전망은 암울했다. 박지수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세계랭킹 3위 스페인을 상대로 69대73, 4점 차로 패했다. 잘 싸웠다. 캐나다에 완패(53대74). 3차전 세르비아에게 61대65로 분패했다. 4쿼터 한 때 2점 차 역전을 했지만, 결국 힘에서 밀렸다.

2022년 세르비아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 1승4패로 예선 탈락했다. 보스니아를 잡아냈지만, 중국에게 63점 차 완패를 하는 등 경기력은 처참했다. 특히, 예선 마지막 푸에르토리코전에서는 73대92로 완패했다. 특히, 푸에르토리코 에이스 미야 홀링셰드에게 29점을 맞으면서 당했다. 40%가 넘는 3점슛 능력을 지닌 빅맨이었지만, 한국은 2대2 수비에서 뒤로 떨어지는 드롭 수비를 택하면서, 경기 초반 3점포를 연달아 맞았다. 기본적 대처법도 없었다. 0-18로 뒤졌고, 결국 완패.

박지수의 부재가 큰 대회이기도 했지만, 이 점을 감안해도 문제가 많았다.

2023년 6월, 당시 가지고 있던 약점을 대표팀은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박지수가 돌아왔지만, 아시아컵 예선 1차전에서 뉴질랜드에게 분패했다. 중국과 연장 혈투를 치렀지만, 4강 결정전에서 호주에 완패. 5~6위 결정전에서 한 수 아래 필리핀에게도 고전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이 부분을 분석, 해결해야 대표팀의 발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코칭스태프, 농구협회, WKBL은 묵묵부답이다.

이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수비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국제 경쟁력 강화하기 위한 기본적 플랜이다. 박지수를 중심으로 빡빡한 수비 시스템을 만들었다. 상대에 혼란을 주기 위해 지역방어 완성도를 높였다.

부족한 기량이지만, 선수들의 장점에 공격 초점을 맞췄다. 스피드를 끌어올렸고, 얼리 오펜스를 감행했다. 세트 오펜스에서는 철저한 2대2 플랜을 구사했다. 경기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박지수의 출전시간을 적절히 분배했다. 박지수가 없을 때 플랜 B를 정확하게 짰다. 로테이션이 원활했다. 선전한 가장 기본적 틀이다.

2년 뒤, 박지수가 없는 대표팀은 3점슛 위주였다. 베테랑 중심의 개인 능력에 의한 외곽슛이 이어졌다. 2대2 공격은 제 2, 제3의 옵션이었다. 수비는 당연히 정돈되지 않았다. 결국 개인 능력에서 뒤진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수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게다가 당시 주전 의존도는 극에 달했다.

박지수가 돌아왔다. 아시아컵에서 여전히 '올드한 농구'를 했다. 박지수의 미드 레인지 혹은 골밑 1대1이 첫번째 옵션이었다. 수비에 큰 부담이 있는 박지수는 공격에서도 의존도가 심했다. 당연히 체력 소모는 심했다. 수비에서 상대는 2대2로 압박했다. 박지수는 드롭성 수비(골밑으로 떨어지는 플레이)를 했는데, 뉴질랜드 메인 볼 핸들러들은 마음놓고 미드 점퍼로 유린했다.

게다가 기계적 '로테이션'이 나왔다. 박지수가 없을 때, 김단비와 강이슬이 없을 때 주전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결국 객관적 전력의 우위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뉴질랜드에 패했다. 중국전에서는 이경은과 박지수가 선전. 하지만, 4강 진출의 고비였던 호주 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게다가 14~16점 차의 3쿼터 승부처에서 주전 기용을 포기하면서 일찌감치 경기를 내주는 모습도 있었다.

한마디로 수비에 초점을 맞추지도, 공격에 초점을 맞추지도 못했다. 얼리 오펜스에서 강이슬의 3점포는 유용했지만, 경기 스피드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이마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올드한 농구 시스템 → 디테일한 공수 시스템 약화 →공수 효율 약화 →기계적 로테이션→벤치 활용도 극대화 실패의 악순환을 만들면서 아시아컵 5위의 충격적 성적표를 받았다.

연합뉴스

▶아시안게임도 암울하다

아시안컵과 달리, 아시안게임은 이제 중국, 일본 등은 1.5군을 내보낸다. 아시안게임이 '명예회복의 기회'이긴 하다.(물론 아시안게임에 총력을 기울이는 부분도 올드하다. 대부분 국가들은 대륙컵, 거기에 따른 월드컵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단, 지금같은 경기력으로 중국과 일본의 1, 5군과의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2년 전과 지금의 시스템은 거의 똑같다. 올드한 농구 시스템에 박지수의 1대1 혹은 오프 더 볼에 의한 슈터들의 3점슛 찬스만을 노리는 단순한 공격 패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여자 대표팀의 경기력은 여전히 좋지 않을 공산이 높다.

문제는, 대표팀의 이런 약점이 2년 째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책임의 제 1 당사자인 정선민 감독, 최윤아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공식 인터뷰에서 이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충격적 성적을 받아들였다면 농구협회 차원의 분석과 보완 작업도 필수다. 좀 더 정확히 보면 대표팀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애정어린 조언과 비판, 그리고 보완점 제시가 필요하다.

그런데 김화순 위원장을 비롯한 경기력향상위원들도 침묵하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을 교체하거나 보완 작업이 있어야 하지만, 후속 조치가 전혀 없다.

파리올림픽행이 좌절되면서, 여자농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이후 향후 2년 간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정선민 감독이 아시안게임까지 마친 뒤 스리 슬쩍 넘어가기를 원하는 모양새다.

예전과 똑같이 비판과 반성, 그리고 보완책 제시는 이들의 플랜에는 아예 없는 듯 하다.

WKBL도 문제다. 중국, 일본 개개인의 기량은 이제 한국을 넘어섰다. 6개 구단의 안정적 운영, 유소녀 농구의 확대 등이 중심이다. 단, WKBL의 인기상승 기본은 국제 경쟁력과 선수 개개인 기량의 향상이다.

기본적 2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마디로 '모래성'이 된다. 국내 대표적 은행들이 대부분 '모기업'인 6개 구단은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복지, 연봉 경쟁을 한다. 이 부분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스타급 선수들이 얼마되지 않는 국내 여자농구 특성상 비 시즌을 최대한 늘리고, 선수 개인의 기량 향상보다는 좋은 선수들을 '무조건' 모으는 정책을 쓰고 있다. 즉, 구단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결국 선수들 실력은 하향 평준화다.

대표팀 소집에는 눈치를 보고 소극적이다. 결국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리그 수준도 떨어진다. 일부 농구 팬들에게 '레이업 슛도 제대로 쏘지 못하는 선수가 연봉 1억을 받는다'는 비아냥 섞인 조롱을 듣는다. 결국 6개 팀 모두 독으로 돌아온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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