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강제징용 피해자 고 박해옥 할버니 배상금 공탁 ‘불수리’

광주지법, 공탁 불수리 이의신청 ‘불수용’

지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세은,임재성 변호사가 지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 앞에서 배상금 수용 거부에 따른 정부의 공탁 절차 개시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정부가 일본 기업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으로 공탁 절차에 나선 가운데 법원의 ‘불수리’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지법은 5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박해옥 할머니를 대상으로 한 공탁을 불수리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 3일 강제징용 피해자 중 제3자 변제를 거부한 피해자 4명에 대한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기업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내놨고 피해자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이 제3자 변제 방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생존 피해자 2명과 박해옥 할머니와 정창희 할아버지 등 사망 피해자 2명의 유족은 제3자 변제를 거부해 정부가 판결금과 지연 이자 등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전주지법에 청구한 피공탁자는 박해옥 할머니다. 법원은 지난 4일까지 사망한 고인 대신 유족 등 상속인을 피공탁자로 변경하고 관련 소명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 및 보정 권고했었다. 하지만 정부의 서류보완 절차가 뒤따르지 않아 불수리 결정으로 이어졌다.

광주지방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공탁 절차 불수리 결정에 대한 외교부의 이의신청도 ‘불수용’했다. 광주지법은 지난 3일 지원재단이 양금덕 할머니를 상대로 낸 공탁에 대해 불수리 결정했었다.

해당 공탁 절차를 심사한 광주지법 공탁관은 양 할머니가 지난 3월 지원재단 측에 보낸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할 뜻이 없다”는 내용 증명을 토대로 불수리 결정했다.

광주지법의 공탁 불수리 결정 근거는 민법 469조에 담긴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으면 (변제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광주지법 공탁관은 이의신청 불수용에 따라 5일 이내에 해당 이의신청서에 자신의 의견을 첨부해 관할 지방법원인 광주지법에 송부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광주지법은 이의신청에 대한 법리를 따져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재판부가 지원재단 측 이의신청을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법원이 이에 맞는 처분을 내리도록 공탁관에게 명해 공탁이 수리 절차 등을 진행한다.

반면 법원도 불수리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최종 결정문을 재단에 보낸다. 지원재단은 법원 결정에 항고를 재기할 수 있다.

외교부는 박해옥 할머니에 대한 공탁 불수리 결정 뒤 “제3자 변제 법리로 인해 불수리된 것이 아니다”며 “현재 고인에 대한 공탁 신청을 통해 파악한 상속인들에 대하여 별도로 공탁 신청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