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더 죽을 맛”… 바가지에서부터 최저임금인상까지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죽을 맛입니다.”
지난 5월 경북 영양 산나물 축제에서 옛날 과자 한 봉지(1.5㎏)를 7만원에 파는 장면이 지상파 TV를 통해 공개되면서 점화된 바가지요금 논란은 이제 지역축제를 넘어 서울 상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필수 투어 코스인 서울 명동 일부 점포에서는 군만두 3개에 5000원, 붕어빵 4개에 5000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논란이 일었다. 오징어구이는 1만2000원, 회오리 감자는 5000원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보다 2000원씩 더 비싼 수준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은 수산업자와 어시장 상인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경북 포항에서 대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수산업자 이모씨는 “단순히 수산시장 상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현지에서 생물을 거래하는 우리 같은 업자들에서부터, 각 지역에 배송하는 운송업자들, 해산물 시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오염수 괴담이 퍼진 상황에서 방류가 시작되면 다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당장 8월부터 방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산시장 상인들은 “안 그래도 오염수 괴담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매출이 더 떨어지게 생겼다”며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원래 수산물 비수기인 여름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까지 겹치면서 수산시장 상인들은 고통을 토로한다.
폐업 시 대출금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는 응답(8.3%)도 있었다. 조사 대상 자영업자의 평균 대출금액은 약 8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나서서 각종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자영업계 앞날엔 더 큰 산이 놓여있다. 바로 최저임금 인상이다. 현재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선 1만2130원을 주장하는 노동계와 9650원을 제시한 경영계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인건비 부담으로 아들과 밤낮으로 번갈아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지금도 인건비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여기에서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우리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그냥 죽으라는 것”이라며 “식당은 그나마 키오스크라도 들이면 되지만 우린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편의점주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e스포츠 행사를 대행하는 기획사를 운영하는 강모씨는 “지난해엔 경기가 안 좋아 대표인 나보다 직원이 가져가는 월급이 많았다”며 “작은 행사라도 10여명의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한데 이렇게 가파르게 인건비가 인상되면 결국 사업하는 사람들만 죽으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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