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 증거' 피의자 자백, 허위 가능성 제기…'청산가리 막걸리' 재심 결정되나 [사건수첩]

한현묵 2023. 7. 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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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 한 마을의 부녀자 4명이 막걸리를 마셨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아 논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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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측, 100편에 달하는 檢 진술 녹화 영상 편집본 제시
검찰, 다음 재판서 영상 증거로 변호인 측 주장 반박 예정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 한 마을의 부녀자 4명이 막걸리를 마셨다. 그런데 막걸리를 마신 2명이 숨지고 2명은 치명상을 입었다. 이들은 청산가리가 들어있는 막걸리를 마신 것이다.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다. 사건 당시 친족 등 불특정다수를 향한 테러라는 점에서 공분이 일었다.

범인으로 백씨 부녀가 지목됐다. 백씨 부녀는 청산가리 막걸리를 마시고 숨진 사람 가운데 한 명의 남편이자 딸이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백씨에게 무기징역, 백씨 딸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으며 이 판결은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백씨 부녀는 현재 무기징역과 징역 20년형을 복역중이다.
광주고등법원. 연합뉴스
하지만 이 사건은 피의자의 자백외에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점이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부각됐다. 또 백씨 부녀 자백의 신뢰성도 낮다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재심 전문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가 이 사건의 변론을 맡았다. A씨 부녀는 지난해 1월 재심을 청구했다. 최근 이 사건의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열렸다. 광주고법 형사2-2부(오영상 박성윤 박정훈 고법판사)는 201호 법정에서 심문기일을 열고 살인, 존속살해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된백씨와 백씨의 딸의 재심 개시 여부 판단을 위한 공판을 진행했다고 5일 밝혔다.

박준영 변호사는 100편에 달하는 검찰 진술 녹화 영상 편집본을 증거로 제시하며 검사와 담당 수사관이 회유, 기만, 강요, 압박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아 논란이 이어졌다.

A씨는 ‘네’와 ‘아니오’도 제대로 쓸 수 없는 문맹이었지만, 그의 교육 수준으로는 구사할 수 없는 단어를 동원해 진술서가 작성됐다고 박 변호사는 의문을 제기했다.

영상에는 “거짓 진술했다고 자백을 부인하는 A씨를 상대로 말을 잘 못한 거죠라고 반복적으로 번복을 유도하거나, 자백을 강요하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기도 했다.
지난 2009년 12월 16일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넣어 이 막걸리를 마신 아내(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재판 중인 부녀의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현장검증이 피해자 집 등에서 실시됐다. 연합뉴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딸에 대해서도 수사관은 미리 만들어 낸 진술을 질문으로 쏟아내고 단답형 진술을 회유와 강압으로 유도해 마치 딸이 직접 자백한 것처럼 진술서를 조작했다고 박 변호사는 주장했다.

딸에 대한 약 70개의 증거 영상에도 수사관이 진술을 자기 생각대로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있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진술 과정은 전형적인 참기 힘든 물리적 강압 없는 허위자백을 받아낸 사례”라며 “특히 가족이 사망한 사건의 피해자를 범인으로 몰고, 그 범행 동기를 가족 간 성범죄로 특정했다”고 검찰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도 다음 재판에 영상 증거를 제시해 변호인 측의 주장에 반박할 예정이다.

변호인 추가 서류 증거 조사 등을 거쳐 심리는 마무리된다.

다음 달 8일 마지막 심리에서는 재심 신청 당사자인 백씨 부녀도 최종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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