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상품=보험? No!" 하나씩 풀어보는 상조업 길라잡이 

양미영 2023. 7. 5. 14: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 아닌 장례서비스업…선수금 신중 운용
지급여력·부채비율보다 미지급환급금 주목

매월 납입금을 받는 상조업은 금융업일까? 수조원에 달하는 상조 납입금은 어떻게 운용될까? 지급여력비율과 부채비율 등의 잣대가 상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까? 상조사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지표는?

상조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조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의문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다. 상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봤다.

상조업은 금융업 아닌 '장례서비스업'

상조상품은 매월 납입금을 낸다는 점에서 보험처럼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월 납입금을 상조회사가 관리·운용하기 때문에 금융업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조업은 보험업도, 금융업도 아니다. 미래에 발생할 장례에 대비한 상조 상품을 판매하고 그 대금을 2회에 걸쳐 할부 또는 일시로 받는 '장례서비스업'이다.

상조회사는 미래에 제공할 상조 상품을 현재 시점의 물가로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의 월 납입금을 활용해 다양한 자산에서 투자 수익을 내고 이를 회사 운영과 영업, 미래 사업에 투자한다.

일각에선 월 납입금(선수금) 총규모가 수 조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운용하는 것에 대한 염려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조회사가 할부거래법에서 정한 선수금 50% 보전 조치, 자본금 최소 요건(15억원)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선수금은 은행 예금으로 운용할까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상조 산업 총선수금(소비자로부터 미리 받은 상조 월 납입금)은 8조3890억원에 달한다. 상조회사는 은행 또는 상조공제조합에 선수금의 50%를 보전 조치하면 회원으로부터 받은 선수금 사용에 제한이 없다. 

그렇다 보니 투자전문 회사가 아닌 상조회사가 이를 운용하는 것에 대해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상조회사들은 본업 유지를 위해 선수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전문기관 위탁이나 내부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신중한 운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선수금 규모 1위 프리드라이프의 경우 핵심 포트폴리오 상당부분을 채권에 투자한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상품과 단기 크레딧 채권, 중장기 채권 등으로 배분해 운용하고 있다. 

다만 채권투자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만큼 이를 보강하기 위해 중수익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자산을 포함한 위성포트폴리오도 함께 운용한다. 지난 2014년에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금융투자 외에도 호텔식 복합장례문화공간인 쉴낙원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금 2위 대명스테이션은 타 경쟁사에 비해 업력이 짧은 만큼 사업확장이나 적극적인 투자활동보다는 회원모집, 여행, 웨딩, 크루즈 등 상품 다양화에 주력해왔다. 그러다 최근 '대명아임레디 장례식장'을 오픈해 본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섰다.

이들 역시 내부 전문인력 영입을 통해 자금운용도 준비 중이다. 아직까진 금융투자 비중이 높지 않은 가운데 대명소노그룹 상장사인 대명소노시즌 지분 약 1.2%를 보유 중이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이자수익을 받고 있다. 

선수금 규모 3위인 교원라이프도 2017년 평택 장례식장 인수를 시작으로 꾸준히 장례식장을 매입해 장례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향후 10개까지 장례식장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중견 여행사를 인수해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케어에도 적극 투자를 할 예정이다.

상조사도 지급여력비율이 재무건전성과 비례할까

상조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대개 금융업에서는 지급여력비율이 재무건전성 지표로 활용되지만 상조회사는 다르다. 상조회사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지표를 응용했지만 재무건전성을 나타내기엔 한계가 있다.

상조회사 지급여력비율은 자기자본과 선수금 비율로 계산된다. 대부분 상조회사 자본금은 15억원인데 반해 회사별 영업 상황이 달라 어떤 상조사가 영업활성화로 선수금 규모가 커지면 그 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예를들어, 자본금 15억원, 선수금 15억원 상조회사 지급여력비율은 200([(15억 +15억)/15억] × 100 = 200)이고, 자본금 15억원, 선수금 1조원 상조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은 100([(15억+1조)/1조]×100 = 100)이다. 선수금 15억원인 회사가 선수금 1조원의 재무구조보다 2배 좋다고 할 순 없다. 지급여력비율이 낮더라도 당연히 선수금이 큰 상조회사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부채비율은 어떨까. 이 역시 금융업과 달리 부채비율이 높다고 더 위험하다고 볼 순 없다. 소비자가 납입한 월 납입금은 상조회사에 부채로 인식된다. 결국 영업력을 의미하는 선수금이 많기 때문에 일반기업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선수금 1조원인 상조사 부채비율은 선수금 15억원 상조회사보다 매우 높은 것은 당연하다. 영업이 잘 되는 상조회사가 그렇지 않은 상조사보다 위험하다고 볼 순 없는 셈이다.

오히려 해약환급금 미지급 여부가 위험도를 더 잘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못 한다면 회사 운영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회사를 조기 발견해 최대한 신속하게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상조공제조합이 운용 중인 상조포털 내상조찾아줘 누리집 등을 통해 해약환급금 미지급 상조사 제보를 받는 방안 등이 제안되고 있다. 

안전한 피해보상 강조

상조 시장은 선수금 규모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상조회사가 이를 투자해 사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정위의 '내상조그대로' 등 소비자 피해보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내가 가입한 상조회사가 폐업하더라도 타 상조회사를 통해 납입한 금액만큼 상조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12개 상조회사가 CCM(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획득하는 등 시장 건전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상조공제조합 관계자는 "앞으로 내상조그대로 법제화 등 소비자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다양한 안정장치를 마련해 1인 1상조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미영 (flounder@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