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국민연금, 리오프닝·엔터주 덜어내고 담은 종목은?

배태웅 2023. 7. 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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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이 2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계·조선·IT 업종에 투자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반기 주가가 크게 오른 엔터주는 비중을 일부 축소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부진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도 투자 비중을 줄였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2분기(4~6월) 투자 비중을 조정한 108개 상장사에 대한 지분조정내용을 공시했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76개, 코스닥시장에서 32개 상장사에 대해 지분을 조정했다.

국민연금은 실적 개선 기대가 모이고 있는 전력기기·기계·장비·조선·IT를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5월18일 기존 대비 지분율을 4.18%포인트 늘려 108개 기업 중 지분율 확대 폭이 가장 컸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북미 지역에서 초고압변압기를 비롯한 전력기기 수요가 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본격 시행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투자 및 전력 인프라 확충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동기대비 6.1% 늘어난 447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적 개선 전망에 힘입어 주가는 최근 1개월(6월5~7월4일) 38.8% 올랐다.

국민연금은 전력기기 업체인 LS일렉트릭 비중도 기존 대비 1.03%포인트 확대했다. LS일렉트릭 역시 북미 지역에서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 SK온 등의 업체로부터 전력인프라 사업을 수주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LS일렉트릭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5.5% 늘어난 754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연금은 미국 인프라 투자의 또다른 수혜주로 꼽히는 건설·기계장비 업체들도 투자 비중을 늘렸다. 두산밥캣은 기존 대비 비중을 1.21%포인트 늘렸고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각각 1.07%포인트, 1.05%포인트씩 확대했다.

기계·장비 업체들은 미국의 건설경기 호조와 IRA 관련 투자 증가로 2분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두산밥캣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6.4% 뛴 360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도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108%, 7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지역의 경우 도로, 철도, 상수도, 전력망 등 사회적 생산기반에 투자하는 대규모 일자리 투자로 건설기계 장비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황 개선이 기대되고 있는 반도체 및 IT 업종도 투자 비중을 높였다.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인 해성디에스는 기존 대비 2.18%포인트, 국내 최대 팹리스 업체인 LX세미콘은 2.24%포인트씩 각각 지분율을 높였다. AI 반도체 수혜주로 꼽히는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대덕전자도 기존 대비 3.36%포인트 높였다. 이밖에도 원익머트리얼즈(1.1%포인트), PI첨단소재(1.06%포인트) 등도 지분율을 확대한 종목이었다.

조선주 가운데서는 HD한국조선해양(1.06%포인트), HSD엔진(1.16%포인트) 등이 비중을 높인 주요 종목으로 꼽혔다.

국민연금이 2분기 지분율을 가장 크게 줄였던 종목은 콘텐트리중앙이었다. 지난 5월18일 기존 대비 보유 지분율을 4.41%포인트 줄여 6.54%까지 쪼그라들었다. 극장산업의 전반적인 악화로 인해 콘텐트리중앙은 자회사인 메가박스 등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부진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실적 개선이 더딘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도 지분율이 일부 축소됐다. 국민연금은 두 업체 모두 기존 대비 1.04%포인트씩 지분율을 낮췄다. 중국인 관광객이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호텔신라(-1.25%포인트), 롯데관광개발(-1.04%포인트)도 지분율이 축소됐다.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 주가가 크게 올랐던 엔터주에 대해서도 비중을 일부 축소했다. 국민연금은 YG엔터테인먼트의 지분율은 기존 대비 2.29%포인트, JYP엔터테인먼트의 비중은 1.07%포인트씩 각각 축소했다.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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