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홍보 문자까지 '혈세'로 보내는 금배지들 [視리즈]
일하는 국회 만든다더니…
본회의 100% 참석 단 2명
‘일하는 국회법’ 무용지물
일 안 해도 특혜는 누려
2023년 세비 1억5426만원
별도 지원금 1억1276만원
문자 발송비용 연 700만원
모조리 혈세로 지원 받아
자신들 특혜 줄이는 법률안
임기만료 후 줄줄이 폐기
의원실도 공짜, 전화요금도 공짜다. 우편도 무료로 보낸다. 매월 110만원을 기름값으로 지원받으면서 출장비는 따로 챙긴다. 올해부턴 의정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도 국민의 혈세를 쓴다. 일은 도통 하지 않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혜다. 문제는 이보다 더 자잘한 특혜가 숱하다는 점이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탓일까. 금배지들은 2020년 5월 30일 시작한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의원들이 21대 국회를 앞두고 "일 잘하는 국회를 만들겠다" "문제를 만드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정치를 하겠다" "스스로 혁신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야당이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반발에 반쪽짜리로 시작했고, 5월 30일에서 47일이나 흐른 7월 16일이 돼서야 개원했다.
어렵게 개원했지만 일을 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본회의 출석률만 봐도 알 수 있다. 21대 국회에선 본회의가 131회(5월 30일 기준) 열렸다. 이를 모두 채운 국회의원은 전체 299명 중 2명밖에 없다.
여기엔 국회의장이 포함돼 있으니 사실상 1명이다. 출석률이 99%를 넘는 의원은 고작 19명이다(재보궐 선거 당선 의원 포함). 반면 결석률이 10%를 넘는 의원은 25명에 달한다. 의정 활동에 매진하겠다며 2020년 12월 스스로 만든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도 당연히 지키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서민층과 사회적 약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민생법안 대부분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전세계 1위인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기초연금확대법은 18건 모두 계류 중이다.
금리 인상기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필요한 가계부채 관리법(3건)과 채무자회생법(15건) 중 국회의 문턱을 넘은 건 1건이 전부다. 통과한 법안도 회생법원의 중복관할을 허용한 것으로, 민생과 별 상관이 없다.
이처럼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는 금배지들이지만 누릴 수 있는 특혜와 특권은 모조리 챙기고 있다. 최근 논란을 사고 있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대표적이다.[※참고: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움직임은 미온적이다. 국회의원 전체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금배지가 받는 세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기준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5426만3460원이다. 1285만원을 월급으로 받는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2236달러(약 4200만원)라는 걸 감안하면 3.6배 많은 수준이다. 독일(2.78배), 일본(2.31배), 미국(2.28배), 영국(2.03배)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월급만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지원금에 자잘한 특혜까지 금배지가 누릴 수 있는 특혜는 한두 개가 아니다. 시민단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국회의원이 누리는 각종 특권과 특혜가 186개에 달한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금배지들이 누리는 특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화려한 보좌진이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과 5~9급 비서관 6명, 인턴 1명까지 모두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릴 수 있다. 올해 국회의원 보좌직원 보수 지급 기준에 따르면 인턴을 제외한 8명의 보좌관과 비서관에게 지급하는 연봉 총액은 5억1452만2400원에 이른다(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각각 2명 기준).
금배지에게 제공하는 148.7~165.2㎡(약 45~50평) 크기의 의원회관 내 의원실도 공짜다. 의원실에서 쓰는 자잘한 소모품 역시 마찬가지다. 연 519만2000원을 소모품 비용으로 받는데 현물을 신청하거나 사용금액을 증빙하면 돈을 돌려준다. 의원실에서 쓰는 볼펜 하나, 복사용지 한장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다는 거다.
우편비와 전화요금도 매월 95만씩 지원받는다. 여기에 의원실 운영비로 매월 18만원(연 216만원), 연 348만원에 이르는 업무추진비까지 지급된다. 이밖에도 야근을 하는 보좌직원을 위한 매식비(연 770만3330원), 출장비(연 91만850원)는 물론 택시비(연 100만원)까지 세금으로 내주고 있다.
입법 활동을 위해 지급하는 지원금도 만만치 않다. 입법·정책 개발비와 정책자료 발간비로 매년 각각 2546만3330원, 1200만원씩 지급한다. 국회의원이 개발한 정책과 의정활동을 알리는 데 쓰는 돈도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는다. 정책자료와 홍보물 발송비로만 연 755만4300원을 지원받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국민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값도 지원해주고 있는데 그 돈이 연간 700만원에 달한다.[※참고: 정책자료 발간비와 문자 발송료는 증빙 후 사후 지급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차량 유지비(월 35만8000원)와 유류비(월 110만원)로 135만8000원을 지원받는다. 국회상임위 위원장은 차량 유지비로 100만원을 받는다. 이 돈은 매월 15일 정액으로 지급된다. 1285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기름값과 차량 유지비 명목으로 135만~210만원의 월급을 더 챙기는 셈이다.
그럼에도 국내 출장을 다닐 때 쓴 기름값은 따로 받는다. 이렇게 지원받는 출장비가 의원실당 올해 평균 1141만4790원이다. 지난해 737만4790원 대비 404만원(54.7%) 늘어났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익히 알려진 특혜들이다. 숨어 있는 쩨쩨한 특혜는 더 있다. 금배지들은 국회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의원회관의 병원과 한의원, 약국을 무료로 이용한다. 출장비가 지급되니 KTX 열차나, 선박·항공기 이용료도 당연히 공짜다.
국민의 혈세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항공기는 비즈니스석을 타고, 열차는 특실을 애용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내주는 해외시찰을 다녀올 때도 비행기 좌석은 비즈니스석이다. 모두 금배지를 달고 있다는 이유로 누리는 특혜들이다.
더 큰 문제는 갖가지 특혜와 업무 태만으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국회의원 숫자를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는 웃픈 사태가 발생했다.
2019년 심상정 의원(정의당)과 2020년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발의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앞에서는 국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손에 쥔 특혜를 내려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윤선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혜가 많다 적다를 따지는 게 아니다"며 말을 이었다. "국회의원은 언젠가부터 엄청난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 됐다. 개혁은 뒷전이고 셀프 입법으로 특권을 공고히 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질 수 없다. 스스로 폐지하지 않으니 외부에서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고 압박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특혜를 폐지하기 위해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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