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이트 추징금 ‘1심 30억→2심 100만원’... 확 낮춘 이유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추징금이 31억원에서 1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범죄수익 추징은 피고인이 명확하게 얻은 수익을 개별적으로 살펴 세밀하게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도박개장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10개월, 추징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A씨는 2013년 2월부터 2년간 캄보디아와 필리핀 등에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운영한 혐의를 받았다. A씨의 도박사이트는 이용자가 축구·야구·농구 등 스포츠 경기에 5000원부터 50만원까지 베팅하면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률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A씨는 30억9600만원 상당의 유사 체육진흥권을 발행하고 회원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30억9600여만원의 추징금을 명했다. 도박개장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이 불리한 양형요소로 작용했다.

2심은 1심을 뒤집고 A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도 1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범죄수익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추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도박사이트 회원들로부터 입금받은 금원 전액이 피고인에게 귀속된 범죄수익인지 단정할 수 없고, 범죄수익과 관련해 충전, 환전에 대한 계산이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추징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