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속탈 것” …軍, 정찰위성 ‘만리경1호’ 분석하고도 쉬쉬

정충신 기자 2023. 7. 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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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알면 안 돼’ 극도 보안…“온전한 것 없지만 의미있는 것 많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16일 딸 주애와 함께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지난달 5월31일 천리마 1형 로켓에 실어 발사했지만 서해에 추락한 이 만리경 1호 정찰위성 광학카메라 등 일부 잔해물이 우리 군에 인양돼 분석작업이 진행 중이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군 당국은 5일 서해에서 인양한 북한 ‘만리경1호’ 위성체 잔해물을 분석한 결과, 정찰위성으로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군은 인양 물체가 ‘위성체 주요 부분’이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부품이나 장비 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쉬쉬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단정적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광학카메라 등 핵심 부품이 인양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발사한 우주발사체(천리마 1형) 최상단에 탑재된 정찰위성(만리경 1호)은 2단 로켓부와 함께 전북 군산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으로 추락했다. 군은 2단 로켓부 동체는 인양해 공개했으나 이후 수거된 위성체와 관련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발표하면서도 어떤 부품을 인양해 그런 결론을 도출했는지에 대해서 함구한 채 일절 설명하지 않아 궁금증을 부풀리고 있다.

북한 미사일·군사위성 전문가들은 군이 북한 위성체에 장착된 카메라 등 광학장비 부품을 인양해 분석하지 않고서는 이런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군 소식통은 “인양된 위성체 주요 부분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분석할 말한 근거가 있다”고 전했다.

군이 이번 인양작전에서 건져낸 잔해물에는 위성체에 달린 카메라 등 광학장비나 부품, 광학카메라가 들어간 경통 등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해상에 추락하면서) 온전한 것(장비)은 없지만 의미 있는 것(부품)이 많다”면서 “북한 위성체가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카메라 등 광학장비 부품을 보면 북한이 자체 제작했는지, 외국에서 수입했는지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해상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군과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위성체에 들어간 광학장비 부품은 외국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 5월 17일 공개한 위성체 실물 사진을 보면 4면의 태양전지판이 접혀 있고, 2면의 노란색 다층박막단열제(MLI)를 감싼 육각 모양이었다. 위성체 상단에는 광학카메라를 넣는 경통 2개가 설치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통상 고도 500∼600㎞ 저고도에서 운용하는 위성이라 해도 해상도가 좋아지려면 경통이 길어야 하는데 북한 위성체 경통은 짧아 해상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하고 ‘위성 시험품’이라 주장하며 이를 통해 촬영했다는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그때 공개된 사진은 해상도 20m 수준으로, 일반적인 상업용 위성 성능에도 크게 못 미쳤다. 해상도 20m라면 가로·세로 20m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해버리는 수준이라 지상 상황을 알아보기가 불가능하다.

정찰·첩보위성으로 쓰려면 1m 이하 해상도를 뜻하는 ‘서브 미터’급은 돼야 한다. 미국이 1976년 처음 쏘아 올린 KH-11 위성은 해상도 13∼45㎝급으로 알려졌으며, 비스듬한 각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군 당국은 이번에 인양한 잔해물 가운데 어떤 장비나 부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이를 공개할 경우 북한이 재발사 때 발사체와 위성체에 들어가는 관련 장비나 부품을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가 어떤 것을 건졌는지 알리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기술자들은 핵심 기술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속이 탈 것”이라고 말했다. 군이 지난달 위성체 잔해물이 인양됐다고 언론이 보도했을 때도 입을 다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와 군의 이런 태도는 지난 2012년 은하 3호와 2016년 광명성호 로켓 잔해물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을 때와 정반대다. 당시 군은 인양된 잔해물을 대부분 공개하고 그 분석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 수거한 은하 3호 산화제통 분석을 통해 북한이 로켓에 스커드 및 노동미사일의 산화제와 같은 ‘적연질산’을 사용한 것을 밝혀냈다.

산화제통의 용량(48t)을 기준으로 1단 로켓의 추진력을 118t으로 계산했고, 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500∼600㎏의 탄두를 장착하고 1만㎞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산했다.광명성호 잔해를 통해서도 은하 3호 로켓과 동일한 기술이 적용된 것을 확인했다. 광명성호 위성체 덮개인 페어링에서는 위성체의 충격과 진동을 막는 ‘음향담요’도 설치되지 않아 위성 발사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에 수거한 천리마 1형과 만리경 1호 분석에는 국방부와 합참, 해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의 전문가들이, 미국 측에서는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등 다양한 기관의 요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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