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찾는 옐런 美 재무…반도체부터 개도국 부채 문제 등 논의 전망
"군사 문제 논의 없다면 '빈 여행'에 그칠 것" 우려도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오는 6~9일 중국을 방문한다. 기술·무역 통제, 위안화 약세, 글로벌 부채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중국이 예고한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처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옐런 장관의 방중을 발표하며 "옐런 장관이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인 양국이 책임감 있게 관계를 관리하고, 관심 분야에 대해 직접 소통하며,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옐런 장관이 이번 방중에서 논의할 안건으로 △기술 및 무역 통제 △비즈니스 환경 악화 △위안화 약세 △글로벌 부채 △인권 및 국가 안보 문제 등을 꼽았다.
우선 미중 양국은 반도체 관련 제재에 대해 이견을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큰 돌파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옐런 장관은 경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의사소통과 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첨단 반도체나 관련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라이선스 취득을 요구하고, 중국에 판매할 특정 반도체를 미국산 장비로 제조하기 전에 미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사실상 중국의 독자적인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으려는 의도다.
네덜란드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합류해 ASML 및 기타 회사의 특정 장비의 수출을 제한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 반도체 공장에 추가 제재를 부여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을 예고했다.
또 옐런 장관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할 수도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잇따라 스파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민츠그룹의 베이징 지사를 급습해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구속하고 해당 지점을 폐쇄한 데 이어 민츠그룹의 임원에게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다. 또 미국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이 자국 보안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보기반시설에 마이크론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지난 1일부터 반간첩법(방첩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미 재무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한 가지 분명한 우려 영역은 중국의 새로운 방첩법"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법안과 그 적용 방식에 대해 중국 당국이 간첩 활동으로 간주하는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위안화 약세 역시 미국의 우려 대상이다. NYT는 "미국 관리들은 때때로 중국이 자국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며 "위안화의 최근 약세는 옐런 장관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12개월 동안 달러 대비 7% 이상, 유로 대비 13% 이상 하락했다.
반면 중국 측에서는 위안화 하락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결과이며, 달러 대비 하락하는 것은 위안화뿐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옐런 장관이 중국의 '대출 프로그램'을 문제 삼을 여지도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등 국가에 항구나 도로를 건설할 투자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해당 국가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항구나 도로 사용권을 받고 있다. 스리랑카는 중국에 돈을 빌려 함반토타 심수항을 건설했지만, 재정 수입을 부채를 갚는 데 투입하다 끝내 항구를 중국에 넘겼다.
그 금액만 5000억 달러(약 650조원)가 넘으며, 코로나19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들은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부채 구조를 조정하고, 부채 금액을 줄일 수 있도록 중국에 압력을 가해 왔다.
옐런 장관은 불만과 항의의 목소리 외에 협력도 촉구할 전망이다. 로이터는 "옐런 장관은 미국이 인권, 안보 문제에 대해 표적 조처를 계속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팬데믹 대비 등에서 중국과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재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군사 문제에 대한 논의 없이는 경제 문제에서 진전이 생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데릭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중국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군사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옐런 장관은 '빈 여행(empty trip)'을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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