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4년 근무 직원 경쟁업체 이직 제한 결정 "영업 지장 우려"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경쟁사 이직 A씨에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
4년 6개월 근무 B씨 가처분은 기각 "회사 피해 소명 안돼"

대전지법 천안지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동종 업체로 이직을 않기로 서약하고도 경쟁업체에 입사한 직원들의 취업을 제한해 달라는 회사의 요구에 법원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0민사부(재판장 유아람)는 반도체 테스트 장비 개발업체 A사가 전 직원 B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또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다 또다른 경쟁업체에 입사한 C씨에 대해서는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지난 2008년 A 업체에 입사해 장비 개발과 경쟁사 동향, 시장 파악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 지난해 2월 퇴사했다.

B씨는 퇴사 전 비밀유지 및 퇴직 후 2년 이내에 회사의 동의 없이는 동종 유사업체에 취업하거나 자문 등의 방법으로 협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경업금지 서약서를 제출했지만 경쟁 업체에 입사했다.

회사는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한 B씨가 경쟁업체에 입사하면서 영업 비밀 침해 우려가 있다며 기술정보의 사용 및 공개금지를 요구했다.

B씨는 퇴직하기 수년 전부터 제품 개발에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회사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된다며 약정 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양 업체의 경쟁 관계를 인정하며 "14년 동안 A씨가 얻게 된 기술정보가 다른 업체에 공개되는 경우 A업체의 영업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B씨의 근속을 위해 지급한 격려금도 전직금지 약정에 대한 포괄적인 대가관계로 볼 수 있다"며 "약정 금지 기간도 반도체 장비업계의 특성, 근무 기간, 수행 업무 등을 고려할 때 과하다고 보기 어려워 2024년 2월까지 해당 업체에 취업하는 등의 방법으로 종사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C씨에 대해서는 "약 4년 6개월 동안 임원이나 관리직이 아닌 일반 연구원으로만 근무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회사의 이익에 비춰 C씨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할 여지가 있다"며 "본안 판결 전에 가처분으로 취업 등을 금지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소명되지 않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법원은 기술정보 공개 및 사용 금지 신청에 대해서는 회사가 제시한 기술정보와 영업 비밀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며 인용하지 않았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