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징계청구’ 기각한 변협, 공수처와 정반대 판단…“의뢰인 이익 침해 안돼”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변호사 징계 청구건을 기각한 처분서에서 공수처의 청구 취지를 모두 반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A변호사가 경무관 뇌물수수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상영 전 대우산업개발 회장, 이 전 회장과 상반되는 입장에 있는 참고인 B씨를 함께 대리하고 있다며 변협에 징계를 청구했다. B씨는 공수처에서 이 전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자금세탁자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A변호사가 이 전 회장과 B씨를 동시에 대리할 경우 진술 조작 및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5일 확보한 A변호사에 대한 변협의 ‘징계개시신청 처리결과 통지 및 이유서’를 보면, 변협은 B씨가 공수처에서 한 진술만으로 이 전 회장과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변협은 “이 전 회장과 B씨는 일반적인 피의자와 참고인 관계를 떠나 사실상 범죄를 함께 공모한 자로서 실체적 동반자라 할 수 있다”며 “오히려 B씨의 이전 태도에 비추어 볼 때 향후 (공수처에서) 상반된 주장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B씨가 피신청인(A변호사)에게 연락을 하게 된 계기도 조사 이후에 이 전 회장의 소개를 받아 A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 전 회장과 상호 신뢰 관계에 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변협은 A변호사가 B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바도 없다고 판단했다. 변협은 A변호사가 B씨를 대신해 공수처 측에 ‘조사 일정이 가혹하다’ ‘이런 조사 일정이 인권침해가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행위는 법률 전문가로서 충분히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행위”라고 했다.
공수처는 변협의 결정에 즉각 이의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A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 B씨를 대리한다는 취지로 공수처에 말한 사실이 있다”며 “이러한 구체적인 정황(이해충돌 정황)을 바탕으로 변협에 징계 개시를 청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이의신청서를 내면 변협 징계위는 이르면 9월 이 사안을 재논의한다.
공수처는 A변호사 징계 청구 건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해당 변호사의 입회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공수처는 최근까지도 이 전 회장 측과 A변호사의 입회 자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 전 회장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이 영향으로 경무관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경찰 관계자들도 부르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다른 공수처 관계자는 “피의자 쪽에서는 A변호사만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전 회장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다른 관계자 조사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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